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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Child
존박(John Park)
2013

by 황선업

2013.07.01

어려운 길을 택한 자의 성취

사실 가장 연예인스러운 행보를 걸을 것 같던 그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당시부터 가장 큰 팬덤을 확보하며 이르게도 노래뿐만 아니라 CF 모델 및 배우로서의 러브콜이 쇄도하던 시기에 그는 일종의 반전처럼 흥미롭게도 김동률, 이적 등이 강사로 있는 정통 뮤지션 속성코스를 선택했다. 그 후 묵묵히 1년을 벼려서 나온 곡이 '다행이다' 같은 대중친화적인 발라드가 아닌, 다소 난해한 선율의 'Falling'이라니. 분명 평범한 길을 자처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시 그를 심사했던 이승철이 '너무 깊게 갔다'라고 평했듯 너무 에둘러 가는 인상을 주기도 있지만, 다행히도 첫 정규작은 그저 내부침잠에 머물지 않는다. 꾸준한 필체로 써내려간 '존박 사용 매뉴얼'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작인 < Knock >(2012)이 너무 '김동률의 제자'스러웠다면, 이번엔 아스트로 비츠(Astro Bits)의 비케이(BK!)와 함께 공동프로듀싱을 맡으며 본격적인 자아찾기모험을 감행했다. 한 술 밥에 배부르려는 욕심이 중간중간 과잉의 반작용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트렌드를 배제한 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해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앨범 자체는 여러 조력자와 함께 '미지의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전반부와 '알고 있던 자신'을 극대화 시키려한 후반부,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리드미컬한 드럼에 베이스와 브라스로 맥을 잡으며 펑키함을 어필하고 있는 'Baby'를 통해 자신의 음색이 어느 한 영역에 갖혀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이어 방점을 찍는 것은 바로 'Too late'인데, 점차 힘을 붙여가는 편곡에 맞게 세밀한 감정 변화와 기교를 보여주는 보컬 운용이 이승열이 쓴 가사와 함께 독특함과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해냈다. 그에 반해 '철부지'는 이적의 색깔이 주인공을 지울 정도로 과하게 묻어나 있고, 'Right here'은 선율의 식상함이 연주의 디테일을 가리며 밸런스 유지에 있어 약간의 실패 사례로 남는다.

남은 4곡에선 '본인이 앎과 동시에 대중이 원하는' 존박의 목소리를 들려주려 했다. 악기의 수를 줄인 경량화된 구성은 특별한 추임새 없이 정직하게 읊어나가는 그의 가창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로 분한다. 특히나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자작곡 'Sipping my life'는 익숙한 코드감 안에서 최근 들었던 어느 발라드보다도 대중친화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곡 안에서의 팔세토 창법 역시 'Falling'의 차가움과는 반대의 온도를 지니며 러닝타임을 따뜻하게 갈무리한다.

< Knock >를 통해 단순한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와 디렉터에 대한 욕심을 노출시켰다면, < Inner Child >는 그 목표로의 가능성을 음악으로 구체화시킨 준작이라 할만하다. 유명 작곡가 내지는 보편화된 스타일에 휩쓸리는 대신 여러 음악인들의 협조를 받되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냈고, 이를 외부와 소통하게 만드는데 많은 힘을 쏟은 흔적이 신인이지만 신인이길 거부하는 대담함 안에 수용되어 있다. 안으로는 앞으로의 경력에 탄력을 줄 용수철로, 밖으로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 방송에 적을 두는 대신 음악에 적을 두려는 그의 행보는 가요계 안팎의 좋은 선례로 남을 듯싶다.

-수록곡-
1. Imagine
2. Baby [추천]
3. 지워져간다
4. 다시 (feat. Bizzy) [추천] 
5. Too late [추천]
6. Right here
7. 철부지
8. 어디있나요 [추천]
9. 그만
10. To you and me
11. Sipping my life [추천]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