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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6甲 Part 1
싸이(Psy)
2012

by 홍혁의

2012.07.01

싸이는 현대판 광대다. 스스로 망가지는 ‘잡것’을 자처해왔다. ‘싼 티란 이런 것’임을 반짝이 복장에서, 막춤으로, 최근에는 겨땀으로 제시했다. 가히 독보적인 캐릭터다. 유일무이한 아우라로 C급 정서를 건드리다보니 대중도 알아서 쿨하게 반응해준다. 그의 음악을 듣고 왠지 무게 잡고 있으려니 내가 못난 것 같아서다.


흥미롭게도 고려-조선시대의 문법을 빌리자면 싸이는 광대의 씨가 아니었다. 서울 반포동 출신으로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은 부르주아의 전형 아닌가. 육중한 몸체에다 끈적하게 몸을 더듬는 춤을 추는 괴상한 데뷔가수가 보스턴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사실의 기묘한 부조화. 진짜 ‘잡것’이 사고를 저지르면 파행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싸이가 저지른 사고는 파격으로 인식됐다.


중요한 것은 섞여서 같이 논다는 점이다. ‘강남 스타일’은 바로 싸이 그 자체다. 할 땐 하고 놀 땐 화끈하게 모여서 논다. ‘강남’ 스타일을 대놓고 바람직한 모델로 정의시켜놓음에도 계층 간에 갈등요인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트클럽 DJ의 화법과, 무대를 뒤엎는 1980년대 말춤 같은 유쾌한 퇴행을 보고 위화감에 맞닥뜨릴 가능성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싸이는 ‘강남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바로 너’를 계속 호명한다. 사는 곳이 뭔 대수냐. 나와서 같이 뛰자고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러한 열정 때문인지 여름과 이벤트가 있는 곳에 그가 있다. 사실 이번 6집 앨범도 딱히 새롭다는 구석을 찾긴 힘들지만 제 6호 태풍마냥 가요 판을 휩쓸고 지나가는 무서운 흥겨움이 단점까지 덮치는 형국이다. ‘강남 스타일’의 앞뒤에는 ‘청개구리’와 ‘뜨거운 안녕’이 버티고 있다. ‘청개구리’에서는 장르는 다르지만 록 스타적 기질을 지닌 지-드래곤과 난장을 벌이고, 성시경과 싸이가 이룰 수 있는 놀라운 조합을 토이의 원곡보다 활기차게 거듭난 ‘뜨거운 안녕’에서 제시한다. 물론 이 모든 작업 뒤에는 역시 싸이의 단짝 유건형이 내조하고 있다.


또 다른 장기인 발라드 신공은 9월 발매 예정인 파트 2에 실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역으로 보면 파트 1은 제1구질인 댄스 리스트로 채웠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순한 전략이다. 데뷔한지 12년 동안 일관된 궤적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정직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싸이의 롱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같이 놀자는 아이에게는 언제나 친구들이 바글바글했다.


-수록곡-

1. 청개구리 (feat. 지-드래곤) [추천]

2. 뜨거운 안녕 (feat. 성시경) [추천]

3. 강남 스타일

4. 77학개론 (feat. 리쌍, 김진표)

5. 어땠을까 (feat. 박정현)

6. Never say goodbye (feat. 윤도현)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