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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9
싸이(Psy)
2022

by 장준환

2022.05.01

맞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만큼 무기력한 ‘싸다구’다. 팬데믹을 감안한 5년간의 준비 기간과 기세등등한 복귀 선언이 의아할 정도로 케케묵은 작법, 한 소속사의 수장이라는 위치를 떠올리기 힘든 과거 퇴행적 감각, 휘황찬란한 피처링 군단의 지원 사격을 일개 출석부로 전락시킨 애물단지 같은 트랙 모두. 그 위력이 현저히 미미하다.


< 싸다9 >의 패착은 강도보다도 방향이다. 대중성에 모든 집중을 쏟아부은 < 칠집싸이다 >와 < 4X2=8 >의 방식을 재편했으나, 이는 그저 따분한 기시감에 불과할 뿐 역량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원인은 아니다. 앨범은 늘 그렇듯 과도하게 흥을 주입하거나 차분하고 벅찬 감동을 유도하는 쪽이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이자 차이라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싸이의 지배력과 곡의 개성이 이번에는 무색무취에 가깝다는 점이다.


작법의 한계는 초반에 결정된다. 거듭 반복되는 단조로운 리프 위에서 비속어 몇 개를 둔 채 언어유희를 빙빙 나열하는 식이다. 타이틀 ‘That that’은 서부 콘셉트라는 차이만 둘 뿐, 화려한 전자음과 단편적인 구성 모두 ‘강남스타일’ 이후 활동곡들의 수법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처음 한 소절만 들어도 전개가 예상이 갈 정도다.


‘뜨거운 안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성시경과의 조합을 재연한 ‘감동이야’, 헤이즈와 함께 크라잉넛의 원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밤이 깊었네’는 노골적으로 감성 포인트를 자극한다.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서투른 연결부로 인해 객원 보컬과 주장하는 분위기부터 서로 겉도는 모양새다. 특색 없는 멜로디와 투박한 주제 역시 반전의 주역보다도 익숙한 신파에 그친다.


조악한 신시사이저를 버무린 트랩 ‘Ganji’와 뒤늦은 레트로 공략 용도의 ‘이제는’, 그리고 철 지난 빅 룸 하우스 전법을 가져온 ‘Everyday’는 나름의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소신을 표하지만 어떠한 매력도 제시하지 못한다. 촉망받는 가수들과의 협업임에도 조합의 시너지나 캐릭터의 발현 모두 기대 이하다. 일순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마케팅 요소 외에는 초청의 의도를 해석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전에 제작되어 감각의 바통을 이어받은데다, 도리어 과하지 않고 그루브한 피아노 반주로 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Celeb’이 훨씬 쉽고 부담이 덜하다. 다른 트랙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구성임에도 반대로 ‘싸이식 가사’가 재치 있게 들리고 ‘동어반복 훅’이 입에 감기는 이유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곡을 주도한 것도 몰입에 일조했다. 강도를 적당량 줄이고 명확한 방향성을 지정하자 균형을 찾은 셈이다.


‘쌈마이 정신’이나 ‘B급 감성’을 자처하는 자만이 거머쥘 수 있는 절대적인 대중 에너지가 있다. 이 독보적인 입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전방으로 밀어붙이는 자신감과 이를 공용의 유머 키워드로 끌어올리는 해석력은 싸이의 무기다. < 싸다9 >에는 그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싸이 특유의 탄력도, 하물며 최소한의 즐길 거리와 신선함도 전무하다. 기존 작법을 공식처럼 답습해온 비(非) 발전의 자세나 화려한 마케팅을 내세운 과도한 상업성보다도 지금은 미약해진 그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것부터가 당면과제다. 만약 코로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한 싸다구라면, 아직 그 일격은 멋쩍도록 허공을 헤매고 있다.


-수록곡-

1. 9Intro

2. That that (Feat. SUGA)

3. Celeb [추천]

4. 감동이야 (Feat. 성시경)

5. 밤이 깊었네 (Feat. 헤이즈

6. Ganji (Feat. 제시)

7. Happier (Feat. 크러쉬)

8. 나의 월요일

9. Everyday

10. Forever (Feat. 타블로)

11. 내일의 나에게 [추천]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