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보컬의 가장 큰 무기는 '개성'이다. 짙은 음색과 강한 에너지로 꿈틀거리는 음성에는 마치 리듬과 곡조를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놀려는 자유의지가 서린 듯하다. 그 농축된 힘 안에 내재한 묘한 폭발성은 듣는 이에게 긴장과 완화를 번갈아 안기며 알리만의 음악을 경험케 한다.

이따금 감정의 과잉을 지적받지만, 풍부한 자기표출을 잘라내 버리는 건 알리의 개성을 일정부분 절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절제에 의한 애절함을 요하는 발라드에서 그의 목소리에 배인 역동성은 지나침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의식적인 톤다운으로는 그가 가진 음악적 세포를 온전히 활용하기도, 그 감동을 다 전달하기도 힘들다. 결국 알리 음악의 관건은 제 목소리의 특색과 파워대로 온전하게 놀 수 있는 자신만의 마당을 가진 노래를 만나느냐에 달렸다.

총 4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은 그러나 알리의 정체성을 다듬어내기보다 오직 대중음악의 가짓수를 늘리는 데 소용돼 버렸다. 이별의 슬픔을 담은 애절한 두 발라드 '지우개'와 '눈물이 흘러 버렸어' 같은 곡들은 알리가 아니어도 표현을 극대화하는 가수들이 많다. 물론 그의 보이스는 '비련'과도 어울리지만, 규격화된 스타일의 곡은 알리에겐 되레 제약일 수 있다. 비애를 담은 첼로 소리로 시작하지만 후렴구부터 업 템포로 분위기를 전환하더니 끝에 가서는 묵직한 기타리프로 록적 색채까지 담는 '말 돌리지마'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려한 듯 보이나 부산스럽다.

무난한 곡들을 적당하게 잘 소화한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건 노래의 주인공이 알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작곡인 '핑핑글', '밥그릇', '너로 인해' 등에서도 그러했듯 자신이 쓴 곡 '이기적이야'에 이르러서 보이스는 그나마 제 활동의 터를 되찾지만, 곡의 매력도는 다소 떨어진다. 그에겐 목소리가 가는 길을 자유롭게 열어줄 수 있는 곡이 필요하다. 트렌드를 의식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개성을 덜어내며 역량을 구겨 넣을 필요까지는 없다. 아니, 대중의 기대치를 생각했다면 좀 더 자신만의 매력에 충실해야 했다.

-수록곡-

1. 지우개

2. 눈물이 흘러 버렸어 (with 강준 of C-CLOWN)

3. 말 돌리지 마

4. 이기적이야

5. 지우개 [Inst.]

6. 눈물이 흘러 버렸어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