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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Hole
알리(ALi)
2015

by 홍은솔

2015.11.01

애써 폭발하려 하지 않는다. 그의 가창력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작에서 그는 자신에게 내재한 여린 감성을 섬세하게 수놓는 일에만 집중한다. 음절 하나하나를 공들여 읊으면서, 그에 따라 생기는 숨소리도 가감 없이 담아내었다.

가장 큰 수확은 하림 원곡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빼고 불렀음에도 감정의 농도는 오히려 짙어졌다.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쯤에서 터지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상외로 5분 내내 피아노에만 의존한 채 묵묵히 노래한다. 마지막 곡인 'To ma dear' 또한 첫 번째 곡과 마찬가지로 무게를 덜어내 편안하게 들린다. 달콤한 화성으로 'White Christmas' 식의 겨울 풍경을 자아냈다.

알리와 모던록의 조합은 생경하다. 따뜻한 기타 톤을 곁들인 밴드 사운드의 '내가, 나에게'와 'Shining is blue'는 위로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스타일이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꺾는 창법이 간헐적으로 들려 조화를 해치는 부분이 아쉽다. 이어지는 'Feel good'은 금관악기 톤의 베이스로 시작해,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분위기로 귀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곡 스타일과 가사 내용과 보컬이 전부 따로 놀아 산만하다. 농도 짙게 응축되어야 할 관능이 분산되어 있어 몰입이 깨진다.

개성이 부족했던 전작의 발라드 넘버들에서 벗어나 색깔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보컬과 곡의 아귀가 맞지 않는 등 다듬어야 할 부분은 많다. 하나의 앨범이라기엔 통일성 없는 구성도 음악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알리라는 가수가 가진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한 편성은 신선하다.

-수록곡-
1.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추천]
2. 내가, 나에게
3. Shining is blue with 유준상(j n joy 20)
4. Feel good
5. To ma dear [추천]
6. 내가, 나에게 (Inst.)
7. To ma dear (Inst.)
홍은솔(kyrie17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