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인터뷰 - 일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보아(BoA)

조금 벅찬 인터뷰를 많이 해본 탓인지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는 어린 나이로선 보기 힘든 여유마저 비쳐졌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일이 재미있어서 그리 힘든 줄은 모르겠다. 도리어 즐겁다.”고 말했다. 외모는 레게풍 드레드록 헤어스타일을 취한 탓인지, 예의 귀여운 인상보다는 조금은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겉보기는 그랬어도 막상 입을 열어 답변하고 싱글벙글 웃을 때는 영락없는 어린 소녀였다. 얼굴도 신장도 딱 청소년이었다. 이런 소녀가수가 일본을 정복하고 중국도 넘었다니, 너무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블'의 후속곡으로 막 두 번째 싱글 'Rock with you'를 발표했는데, 일본에서 반응이 어떤가요?
이번 싱글은 11번째인데, 현재 오리콘 싱글 차트 6위에요. 3번째 싱글('持ちはつたわる')부터 모두 톱10에 올랐습니다. 많이 혼동하시는데요, 싱글로는 아직 1위에 못 올랐구요, 앨범이 정상에 올랐죠. 작년 3월에 발표한 앨범 <Listen To My Heart>였어요.
최고 판매량으로 얘기되는 140만장이 팔렸다는 것은 뭐죠?
싱글이 아니라, 독집으로 2집이 되는 셈인 앨범 <Valenti>입니다.
하루에 스케줄이 몇 건 정도나 됩니까? 굉장할 것으로 아는데, 그걸 다 하느라고 힘들지는 않나요?
하루에 4-5건 정도를 소화합니다. 일정이 빽빽해서 그걸 다 하면 하루가 금방 가요. 쉽지는 않지만 제가 원래 일을 즐겨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즐기면서 하니까 재미있고 그래서 그렇게 힘든 줄은 모르겠어요. 일본으로 나가서 활동하는 것도 괜찮아요. 일본어도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구요. (옆에 자리한 매니저는 “보아는 일을 즐긴다. 아마 다른 가수들은 이런 일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올 마지막 날 31일에는 일본에서 전통의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에도 출연했죠. 축하하구요.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다보니 일본 가수들을 많이 만나게 될 텐데, 친하게 지내는 가수는 있나요?
홍백가합전은 우리처럼 대상을 정하는 그런 프로가 아니라 축제성격의 프로에요.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외국인 가수로서는 2년 연속출연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직 일본에서 사귄 가수는 없어요. 출연을 해도 가수 모두 대기실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고, 주어진 시간이 딱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한 곳에 대기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출연하기 전 얼굴을 볼 시간이 없어요. 하마사키 아유미는 같은 소속사(에이벡스) 선배라서 만나게 되면 인사하는 정도입니다. TV출연을 자주 하기는 하지만 저의 경우는 밤9시 이후에는 생방송에 나갈 수가 없어요. 미성년자라서요. 그래서 더욱 일본 가수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다만 함께 출연하면서 일본 가수의 의상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 싱글은 제목부터 'Rock'이 들어가 있는데, 지금까지 발표한 댄스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록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이번 싱글은 지금까지 것과는 차별화된 것 같아요. 저도 부르면서 변화를 느끼고 있어요. 올해 핑크(Pink)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앨범을 들으면서 듣기 편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도 그들과 같은 록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콘서트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단독 공연을 가지면서, 밴드와 댄서 하고 어울려서 하고 라이브 분위기를 반영하다보니 댄스음악도 록적인 색깔로 나타나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록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죠. 앞으로 적어도 콘서트에서는 록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올해 처음 단독공연을 가진 건가요? 그럼 전에는 다 다른 가수와 함께 한 공연이었어요?
네. 올해 봄에 가진 '발렌티' 콘서트가 첫 단독공연이었어요. 우리 신문에 보도된 대로 오사카 2회, 나고야 2회, 도쿄 2회 등 6차례 콘서트였죠. 3곳 전부 티켓이 15분 만에 완전 매진됐어요. 국내 언론에서 저를 많이 다룬 게 이 시점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드레드록 헤어스타일을 한 이유는?
바로 'Rock with you'의 콘셉이에요.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도 되겠다는 (회사 측의) 판단에 따른 거죠. 헤어스타일도 그렇지만 가죽바지에 조금 하드한 이미지를 강조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곡 중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곡들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을 고르기는 힘듭니다. 다 마음에 들어요. 제 곡을 콘서트에서나 생방송에서 부를 때는 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설령 좀 덜 끌려도 결국에는 좋아져요. 전 라이브 때 애드립에 신경을 많이 쓰고 평소에 연구도 해요.
처음 국내 TV 한 가요프로에 출연해서 라이브로 노래했을 때, 분명하게 들릴 만큼 성량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려운 동작을 동반하는 댄스곡을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을 보면 호흡 또한 상당히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 음악 관계자들도 가창력을 인정하잖아요. 지금의 재능이 훈련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어느 정도 타고났다고 봅니까?
일본에서 라이브를 할 때도 드는 생각이지만 제가 실은 폐활량이 적었어요. 타고난 것은 아니죠. 헬스클럽에서 런닝 머신 타고 호흡 훈련을 했습니다. 제 스스로 연구도 하고. 아무래도 소속사의 훈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와 한국에서 활동할 때 어떤 차이를 느낍니까? 가령 일본에서 활동하는 게 불편하다든가 하는 것 말이죠.
제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가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한국과 일본 차이를 거의 느끼지 않고 있어요.
우리 언론이 1조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든지 하는 주로 경제적 가치로 보아양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정작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 매니저는 “그건 아직 보아가 답하기는 곤란할 성질의 질문 같네요.” 하며 난색을 표명했다. 보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할 것으로 아는데, 일본 기자들이나 음악관계자들은 주로 뭘 묻습니까?
앨범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일곱 차례 정도 언론인터뷰가 정해져요. 일본 기자들은 주로 음악적인 질문에 집중해요. 곡을 어느 정도 소화했다고 보느냐, 이번 곡은 어떤 느낌을 팬들에게 전해주려 한 건가요 같은 질문들이죠. 상당히 자세히 물어봅니다. 신상에 관한 질문은 거의 없습니다.
가수활동 때문에 아무래도 공부가 걱정일 텐데요. 공교육의 부족을 느끼지는 않는지, 또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제가 이미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에요. 마쳐야 할 학업은 한 것이니까 공교육 조건은 갖춰진 셈이지요. 대학은 나중에 시간과 여건이 갖춰졌을 때 갈 생각입니다. 지금은 대학을 준비할 겨를이 없어요.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가장 기뻤던 때는 언제인가요. 또 언제 힘들던가요?
기뻤던 때는 당연히 데뷔했을 때, 그러니까 정식 가수가 됐을 때구요. 일본에서 오리콘차트 정상에 올랐을 때는 뭔가 해낸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No.1'으로 국내 연말 방송가요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도 좋았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을 때도 뛸 듯이 기뻤습니다. 힘든 때는 일본에서 거주하면서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에요. 홈씩(Homesick)이죠.
부모님이 걱정하지는 않나요?
가수활동 자체에 대해서는 걱정하시지 않아요. 다만 자식으로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시죠. 부모님은 평소에 절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늘 “더 겸손해져라”고 충고하시죠.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보아는 쉬는 시간이 생기면 그동안 못 잤던 잠을 푹 자거나 아니면 주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어떤 책이냐고 물었더니 주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했고 의상도 중요하기 때문에 패션잡지도 많이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 스케줄로 매니저와 바쁘게 일어서기 전 보아는 갑자기 “TV에서 자주 보고 있습니다. 지난 번 저를 다룬 프로그램에도 나오셔서 말씀하시는 것을 봤어요. 잘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프로연예인의 태도였다. 사실 인터뷰 시간이 흐르면서 소녀가수와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은 점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