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마자 넬이 생각났으니 넬의 멤버 김종완의 목표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작곡가의 그림자가 너무 크고 곡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흐릿해 흡입력이 떨어진다.

밴드의 반주를 뚫고 힘 있게 내지르면서도 때로는 섬세한 감수성을 잘 잡아내 발라드와 록 사이를 교차하는 행보가 가능했던 윤하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넬의 곡에 맞춰 무난하게 부르며 생기를 잃었다. 저릿하지 못한 것도 이별의 아픔을 처절하게 받아들이며 슬픔을 토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한 색깔을 굳힐 시점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곡을 선택하지 못하는 들쭉날쭉한 모습은 이미지 소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