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bye 이제는 안녕, 지난날에 대한 경쾌한 작별”
호기롭게 여행을 떠난 어린 혜성은 거침없었다. 드높이 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길을 내기로 한 아이의 계획은 철저했고 모험마다 깊은 발자취를 새겨 넣었지만, 여정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틀어지는 방향에 싹튼 의심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게 했다. 궤도에서 이탈한 그는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동굴을 뚫고 나가기엔 한없이 미약했고 오래도록 고립된 채 단절됐다. ‘오직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다.’ 존재조차 희미해졌을 때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윤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외면하고 싶은 슬럼프를 마주해 안정을 되찾은 그는 불안에 작별을 고하며 이윽고 갇혀 있던 울타리까지 무너뜨린다. 뒤를 보지 않게 된 아티스트가 내디딘 발걸음은 굳건했고 힘이 넘친다. 지난 우울과 고민을 머금었던, 사랑해 마지않은 별에 종말을 내릴 수 있는 용기로 창조해낸 우주. 정규 6집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다.
첫 번째 트랙 ‘P.r.r.w.’부터 강렬하다. 퓨처 베이스 장르로써 ‘그때 내가 아니니’라며 묵직하게 변화를 선언한 곡은 그 결말에 비극이 있더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이다. 이어지는 일렉트로니카 팝 ‘나는 계획이 있다’에서도 조급해진 마음마저 설렘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그의 달라진 태도를 되짚으며 굳은 결심을 증명한다.
전작 < Unstable Mindset >의 타이틀 곡 ‘먹구름’과 연결되는 ‘잘 지내’가 이번 앨범을 명확히 겨냥한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의 공백을 메우는 스네어가 중심이 된 퍼커션 운용 뒤 후렴구를 뒤덮는 록킹한 사운드가 감정을 고조시킨다. 일렉 기타를 따라 울리는 합창 파트 다음 일순 해소된 긴장을 단 한 줄의 현(絃)을 튕기며 붙잡는 지점이 백미. 이별한 이를 그리워하며 슬퍼했던 수동적인 그는 무엇보다 울지 않기에 끊어지지 않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오르트구름’이다. 컨트리 록 넘버로 탭 댄스 등 시종일관 경쾌하게 질주하는 곡은 하이라이트 부분 고음을 내지르며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에 앞서 일말의 주저도 남기지 않는다.
‘반짝, 빛을 내’까지의 격정적인 흐름은 기후 위기를 다룬 알앤비 ‘6년, 230일’로 반전을 맞으며 두 번째 테마의 시작을 알린다. 성숙해진 시선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바라볼 여유를 제공했고 개인에서 확장된 서사로 향한다.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이 작곡한 발라드 ‘별의 조각’은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에 오케스트라 편곡을 더해 삶의 순환 과정을 장엄하게 녹여낸다. 상처를 이겨내고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 위로가 세상을 크게 감싸 안는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절정을 기록하는 앰비언트 ‘하나의 달’의 반주를 덜어낸 공간 속에서 가창하는 그가 고독하지 않은 근거는 분명하다. ‘Savior’.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수록된 곡 전부는 그를 구제해준 사람과 음악 모두를 담아내기 위해 직접 연마한 진심이다.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처음엔 끝이 있다. 그리고 모든 끝엔 처음이 있다. 2006년 한국 데뷔. 어느덧 많은 세월이 지나 저물어가고 있던 터다. 다만 차분히 새벽을 기다린 이 순간 결국 태양은 떠오른다. 결과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후에 도달한 빛은 윤하에게 자생할 기회를 주며 그와 대중을 다시 묶을 희망이란 이름의 매개가 된다. 그렇게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은하가 탄생한다.
- 수록곡 -
1. P.r.r.w.
2. 나는 계획이 있다 [추천]
3. 오르트구름 [추천]
4. 물의 여행
5. 잘 지내 [추천]
6. 반짝, 빛을 내
7. 6년 230일
8. Truly
9. 별의 조각
10. 하나의 달 [추천]
11. Savior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