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을 마친 윤하의 앞에는 또 다른 낯섦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양가감정과 함께 닻을 올리고 항해에 나선다. 고난의 지난날에 웃으며 작별을 고한 < End Theory > 이후 이론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자 일곱 번째 정규 앨범 < Growth Theory >는 거친 파도를 헤치고 함께 자라나는 존재들을 향한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 그리고 성찰로 가득한 성장 판타지 동화다.
일렉트로닉의 요소는 줄어든 대신, 화려하고 웅장한 스트링 세션을 늘려 작품 내 서사와 더욱 알맞은 모습을 취한다. 이와 동시에 음악적 뿌리인 밴드 사운드 역시 놓치지 않았다. 왈츠 리듬의 재즈로 시작해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변화하는 '맹그로브', 강렬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죽음의 나선'은 각각 망설임과 설렘, 그리고 극복이라는 비슷한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각자 다른 스타일로 표현한다. '케이프 혼'이나 '은화'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결을 유지하되, 판타지 어드벤쳐가 연상되는 세션 구성과 작법으로 재미를 더한다. 곡의 흐름에 따라 비장함과 즐거움 등 여러 감정선을 오가는 윤하의 보컬은 섬세하다.
지난 히트곡 '사건의 지평선'과 비슷한 결의 록 사운드와 정석적인 구성을 들려주는 '태양물고기'는 담백하게 흘러가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해당 앨범의 중심축 역할은 무난하게 수행한다. 바닷속 약한 존재의 대명사인 개복치를 강하고 빛나는 존재로 표현하는 가사에서는 한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삶에 대입하는 따뜻한 탐구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적인 요소들에서 영감을 받아 감정을 표현하는 작법 스타일도 지난 작품의 연장이지만, 여전히 탁월하다. 회전하는 공간 안의 대상은 그 회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인 전향력에서 아아디어를 얻은 '코리올리 힘'은 고요한 겉모습과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오가는 가사와 일렉 기타 사운드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다. 가벼울수록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로켓에는 무거운 연료가 필요하다는 딜레마인 '로켓방정식의 저주'는 현실과 이상 차이의 표현법이 되어 유연한 태도와 함께 낭만을 추구하는 마음을 그린다.
본인의 여정, 그리고 그것을 통한 자신의 성장은 곧 다른 이와의 연대가 있기에 유효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는다. 시계 소리처럼 들리는 비트와 점진적인 오케스트라 구성이 인상적인 '라이프리뷰'는 등대처럼 스스로 밝게 빛나면서 남을 비춰주고 싶은 소망의 이야기로 감동을 전한다.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삶을 노래하는 '구름의 그림자'는 함께 만든 소중한 기억을 잊지 않는다. 마지막 트랙 '새녘바람'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얻은 경험과 인연으로 용기를 얻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행복한 순환을 그리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어느새 20년이 넘은 긴 커리어를 갖게 된 윤하는 넓은 장르 스펙트럼과 노련한 보컬, 작사 능력을 지닌 베테랑 뮤지션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찾아 설레는 마음으로 항해하는 여행자이기도 하다. < Growth Theory >는 그러한 두 자아가 균형을 이뤄 계속되는 삶의 소중함을 노래하며 보편적인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킬링 트랙은 없을지 몰라도, 유기적인 구조 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해 모든 수록곡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빛을 낸다. 그 빛은 앨범을 듣는 사람들과 윤하 본인, 그리고 그가 앞으로 나아갈 여정의 길까지 밝게 비춘다.
-수록곡-
1. 맹그로브 [추천]
2. 죽음의 나선
3. 케이프 혼 [추천]
4. 은화
5. 로켓방정식의 저주
6. 태양물고기 [추천]
7. 코리올리 힘 [추천]
8. 라이프리뷰 [추천]
9. 구름의 그림자
10. 새녘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