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Unstable Mindset
윤하(Younha)
2020

by 손기호

2020.02.01

2019년 < Stable Mindset >으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던 윤하는 연작 < Unstable Mindset >으로 자세를 바로잡기 전 가장 불안정했던 과거로 시점을 옮긴다. 갇혀있던 자기 자신을 꺼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아티스트의 흔들리는 내면을 그대로 노출했고 팽팽한 공기가 되어 앨범을 채운다. 그의 대표 문법인 발라드로 구성된 지난 작품은 자기 본연의 음악을 담아내겠단 의지였지만 이번 미니앨범은 록을 통해 변화의 실패 후 슬럼프에 빠졌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방탄소년단의 RM이 참여한 ‘Winter flower(雪中梅)’부터 주제를 드러낸다. 전작 1번 트랙의 희망적인 ‘사계(四季)’와는 반대로 묵직한 사운드로 베이스와 드럼 라인이 긴장을 고조하며 뒤를 받쳐주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긴박하다. 겨울에 홀로 피어난 꽃을 의미하는 곡은 ‘내가 태어나 널 만난 이유를 찾아서 헤매어’란 가사처럼 대중과 자신 사이에서 저울질에 실패한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아직 해결된 것이 없는 현재에 답을 찾기 위해 소리치는 화자가 존재한다.

'먹구름' 은 2012년 발매된 < Supersonic >의 ‘소나기’를 잇는 모던 록 장르로 지난 앨범의 타이틀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연결된다. 날이 지날수록 더 헝클어지는 이별의 감정은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해소되지 않고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유지된다. 맑게 갤 날씨에 대한 기대는 비 내리는 날을 견딜 힘이 되어주지만 바라는 것과 다르게 여전히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은 절망적이다.

결국 해답은 사람과 음악이다.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언제나 곁에 있던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 담담하게 인사를 전하는 ‘다음에 봐’와 돌아올 거 같지 않은 어릴 적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는 ‘스무 살 어느 날’을 통해 얻은 실마리는 이륙을 뜻하는 ‘26’으로 수렴한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피아노록 ‘혜성’의 재현이지만 건반이 빠진 자리엔 강한 기타 리프가 대신하고 앳되었던 목소리는 슬픈 노랫말을 밝게 꾸며낼 만큼 성숙하다. ‘나의 멋진 우주여 안녕’으로 가치 있지만 어두웠던 고민과 작별한 뒤 다시 한번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에 나선다.

< Unstable Mindset >은 전작 < Stable Mindset >와 하나 되어 자아와 대중을 만족시키며 위로를 건넨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고 이겨낸 윤하의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올곧다.

-수록곡-
1. Winter flower(雪中梅) (Feat. RM)
2. 먹구름
3. 다음에 봐
4. 스무 살 어느 날
5. 26 [추천]
손기호(gogoki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