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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at. 버벌진트)
태연
Feat.
버벌진트
2015

by 황선업

2015.10.01

솔직히 말해 발라드 컴필레이션 정도의 콘셉트일 것이라 생각했다. 참여했던 드라마 OST의 잇따른 성공과 리드보컬이라는 포지션. 앞서 규현이 증명한 바 있다. 목소리라는 주인공이 곡이라는 무대 위에서 맘껏 뛰놀기엔 아무래도 슬로우 넘버가 적격이라는 것을. 이 시점에서 그녀는 록에 가까운 구성으로 과감히 그 시선을 비튼다. 자신의 목소리로 한 곡을 꽉 채워도 모자랄 판에 기타소리와 랩에 도입부를 양보한 것은, 그저 발라드 가수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출발을 위한 숨고르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신선하다. 반주와 보컬이 이만큼이나 대등하게 부딪힌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다. 이전 발라드 곡들처럼 음색을 보조하는데 그칠 줄 알았던 편곡은 오히려 그녀를 잡아먹을 기세로 덤벼들며, 가수는 전에 없던 강하고 리드미컬한 가창으로 이를 제압한다. 이 과정에서 곡에서의 주도권을 잡음과 동시에 듣는 이를 단숨에 잡아끌고 있다. 좀 더 진득하게 보컬을 즐기고 싶었던 이들이라면 약간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그간 보여왔던 상투적인 운용에서 벗어낫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솔로작 데뷔라 평하고 싶다. 자전적인 가사의 진정성은 덤이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