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세련되고 더욱 포근하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혼을 잔뜩 머금은 이른바 ‘17첩 반상’은 겨울의 한기를 따듯하게 감싸 안는다. 정규 3집 < Brown Eyed Soul > 발매 이후 5년 만이다. 2014년 < Thank Your Soul - Side A >을 통해 4집의 전초를 알렸던 그들은 기존의 콘셉트에서 ‘요리’라는 표제의 기획 앨범으로 노선을 변경한다. 경로 변경의 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형성하고 있는 정체성의 주요 화두인 ‘아날로그 감성’을 상징한다.
많은 트랙 수 만큼이나 풍성한 곡의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의 선로를 따르고 있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밤의 멜로디’와 ‘HOME’이 각각의 기점을 대표하고 있는데, 첫 번째 경향은 1970년대 필리 소울(Philly soul)을 필두로 흑인음악 본연의 그루브한 감성을 강조한 것이다. 가성의 매력을 극화한 ‘밤의 멜로디’와 더불어 ‘TENDER eyes’, ‘사랑의 말’ 등 곡에서는 리얼 악기 사운드의 보강을 통하여 지나간 시대의 소울을 정갈하게 재현한다. 전작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밀도 높은 편곡 구성을 담고 있다.
또 다른 방향성은 여전히 그들이 강력한 무기로 삼고 있는, 보컬의 역할을 강조한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식 발라드이다. ‘너를’, ‘HOME’, ‘Pass me by’ 등 멜로디의 기능을 강화한 곡들은 나얼을 선두로 한 네 명의 능란한 노래에 의해 날개가 돋는다. 이전의 무절제한 기교 및 애드리브와는 차이가 존재한다. 온전히 그들 자의로 작사 및 작곡한 선율이기에 그 의미는 배가한다. 단연 돋보이는 발라드 넘버는 ‘HOME’. 가장 상투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주제인 ‘가정’은 < SOUL COOKE > 전체의 의식을 관통한다.
다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 멤버 개인의 솔로 트랙들이 본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희석한다. 첨예한 곡 순서 전략과 아름다운 화음으로 이끌어 간 초중반부의 감정선은 후반부에 도달하여 각 멤버들의 개성에 의해 균열을 생성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을 노래한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를 포함하여 ‘그만.그만’, ‘THE ONLY LOVE’, ‘RAPTURE’ 등은 앨범 내에서 나름의 당위성을 지니고 있지만, 듣는 이로서는 각자의 특색을 굳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 브랜드 내에서 찾고 싶진 않을 것이다.
2003년 < Soul Free > 데뷔 이후,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흑인음악 중창단으로서 한국식 소울 음악을 계발하며 12년의 세월을 달려온 그들. 단순한 장르의 모방으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대탐험은 과거의 유산과 현재에 기술을 융합하는 경지에 당도했지만 한국 전통의 맛까지 첨가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퀄리티의 음향과 우월한 음색을 결합한 이들의 하모니는 온정 어린 노랫말과 합세하여 ‘홈메이드 파스타’와 같은 감동을 전해준다.
-수록곡-
1. SOUL COOKE
2. 밤의 멜로디 [추천]
3. 사랑의 말 (HOW MUCH I LOVE YOU) [추천]
4. 너를
5. TENDER eyes (Feat. 타블로) [추천]
6. BES theme
7. GROOVE MIDNIGHT [추천]
8. Pass me by
9. HOME [추천]
10. You are so beautiful
11.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12. 그만.그만 (With 유성은)
13. Philly love song
14. THE ONLY LOVE
15. RAPTURE
16. Always be there
17. THANK YOUR SOUL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