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니, 심상치 않은 이름이다. 2001년 불황의 가뭄 속에서 목말라 하던 가요계에 70여만 장의 단비를 촉촉하게 내려준, 고마운 '브라운 아이즈'와의 관계가 첫 번에 궁금해진다.
알려진 바대로 브라운 아이즈의 두 멤버 나얼과 윤건은 2001년 데뷔 당시, 이후 흑인 음악 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만들자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현실화 된 것이다. 하지만 기획사의 의도에 따라 브라운 아이즈의 작사/곡을 도맡았던 윤 감독이 빠지게 되고, 보컬 나얼과 새로운 목소리 셋이 추가되었다. 윤건의 음악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윤건은 이러한 나얼의 독자활동에 반기를 들고 브라운 아이즈 자체를 포기했다.
따라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윤건의 영혼이 부재하는 팀이다. 행여나, 당초 계획했던 일이므로 이름의 도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가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어찌됐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팀명만으로도 든든한 보증 수표를 얻은 셈이지만, 이 보증 수표는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는 위험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다. 브라운 아이즈에 거는 큰 기대도 같이 지불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따로 일본에서 싱글을 준비 중인 윤건과의 대결 구도로 인한 부담도 함께 실린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사랑했을까'는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싱거운 타이틀곡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곱게 잘 다려진 멜로디와 나얼의 미끈한 보컬과 곳곳에 풀어놓은 코러스는 충분한 인기를 가늠케 하는 것들이지만 정말 '흑인 음악을 하기 위해 만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맞나 의심되는 팝발라드인 것이다. 앨범의 다른 몇몇 곡들은 그렇지 않은데 유독 타이틀곡을 박근태 작사/곡의 이 곡으로 넣은 것을 보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짊어졌던 부담의 짐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나 어찌됐든, 그러한 기대감은 잠시 잊은 채 음반을 듣는다면 어느 정도의 만족감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Go', '아름다운 날들' 등 평범한 곡도 있지만, 이전의 브라운 아이즈식 미드템포 알앤비에서 좀 더 느슨해진, 슬로우 템포의 세련된 곡으로 변화를 꾀한 네 명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이뤄내는 하모니는 음색의 완벽한 조화의 측면에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꽤 들을만하다.
첫 곡 'Brown eyed girl'은 가장 브라운 아이드인 곡 중 하나로 멤버들의 화음이 끈적끈적한 슬로우템포에 촉촉하게 젖어있다. '바보'도 마찬가지. 'My everything'은 격정적인 클라이맥스를 지닌 알앤비 발라드 곡으로 빼놓을 수 없다.
'Candy'는 재즈 뮤지션인 바비 캔드웰(Bobby Candwell)의 원곡 'What you won't do for love'를 샘플링한 것으로 유일하게 래핑을 구사한 힙합 곡. 해체된 씨비매스(CB Mass)의 개코와 최자의 브라스를 동원한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어쩐지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술(C2H2OH)'도 한번쯤 제목을 들여다보게 한다. 'Blue day'는 제목 그대로 블루한 편곡으로 튀는 곡 중 하나이며, 도시적 펑키함을 가미한 'Brown city'는 흥겹다.
브라운 아이즈의 채무자가 아닌, 독자적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되기 위해서 '정말 사랑했을까'는 안타까운 곡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의 인기도 무시 못 하지만, 정말 흑인 음악을 위해 뭉친 팀이라면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도 내비쳐야하지 않을까. 앨범 안의 이들의 색이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하는 몇몇 곡들을 타이틀곡으로 묻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아직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자신들의 영혼을 십분 담아내는 심상치 않은 이름은 아니다.
-수록곡-
1. intro (북천이 맑다커늘)
2. Brown eyed girl
3. My everything
4. 정말 사랑했을까
5. 해주길
6. 03. 7.14 AM 2:43 0:55
7. 바보
8. Candy
9. Blue day
10. Interlude
11. 술(C2H5OH)
12. Go
13. 시계
14. City life
15. Brown city
16. 아름다운 날들
17. Out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