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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Tricycle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
2025

by 손민현

2025.11.17

6년 전 발매한 < It’s Soul Right >에 8곡을 덧붙인 완성본은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이들을 지탱하는 절절한 발라드, 과거의 순수 소울, 알앤비가 갈색 눈동자에서 총명하게 빛나고 입에서는 사랑과 이별의 단어들이 흘러나온다. ‘러브 스캣’에 함께 한 정엽의 펑크(Funk) 밴드 코스믹 칩스, 옛날 음악 큐레이터로 저변 확대에도 힘쓰는 나얼 등 근본을 향한 탐구 정신 역시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꼬박 10년이 걸렸고, 넷에서 셋으로 인원 감축까지 겪은 후 큰 변화를 예상했으나 이번 앨범, 의외로 형태와 구성 면에서 이전과 같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앨범 속 ‘우리들의 순간’과 같은 발라드는 필연이자 필수다. 한국 맞춤형 ‘My story’나 ‘똑같다면’ 없이는 ‘Brown city’나 ‘BES Theme’에게 내어줄 공간도 없다. 이 사실을 세 남자는 처절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늘 적절한 대중성 배합을 택해 수입 음악 위 우리나라의 정서를 이식한다. 흑색의 디테일은 오프닝 ‘Soul tricycle’이나 ‘It’s soul right’, 본토를 향해 띄운 헌정곡 ‘Sing your song’에 있으나 타이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그리고 이들의 작품을 장르 앨범의 기준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까닭이다. 


5년 전에 세상에 나온 ‘그대 밤, 나의 아침’과 신곡 ‘우리들의 순간’, 두 타이틀은 아날로그 풍 반주에 한국식 발라드를 결합해 과거 영광을 재현했다. 영준과 정엽의 빌드업과 연계 화음, 하이라이트를 터뜨리는 나얼의 울부짖음, 노련한 중창 파트가 섞인 특유의 형식. 알앤비 그룹 자체가 소멸해 버린 지금은 고전 장르의 특별함으로 볼 수 있을만큼 건재하지만 그 특별함이 유일함에서 비롯되며, 그 유일함이 확장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유행이 지난 2025년에 가요로서 명분은 충분치 않고, 추억 재생이 목적이라면 대안은 1집과 2집에 더 많다. 


실크 소닉 스타일의 인트로와 색소폰 솔로가 인상적인 ‘어쩌면 너는 이렇게도’나 전형적인 필리 소울 속 정엽 가성의 매혹미가 흐르는 ‘흐르는 밤의 도시’ 등 원류의 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한 트랙들은 풍부한 듣는 맛을 부여한다. 다만 중심 콘텐츠인 가창과 글감이 곡을 지배한 후에는 결국 발라드 타이틀과 유사한 일반적 귀결을 맞는다. 오히려 본토의 음악에 가까운 ‘Better together’나 오케스트레이션과 가창의 완급 조절에 집중한 ‘익숙한 얘기’가 적절히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첫머리에 언급한 안정성을 여전함으로 바꾸어도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옛 음악을 수입해서 자국의 언어와 감성으로 옮겨온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여전하다. 이 우직한 여전함은 지금까지 주행을 가능하게 한 정체성이며 그 동력은 블랙뮤직에 대한 애정과 노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확한 임무를 부여받은 곡들, 체인 역할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치가 그 힘을 전달받지 못해 추진력이 떨어졌다. 오래도록 기다린 자전거는 관성만으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록곡-

1. Soul tricycle 

2. 어쩌면 너는 이렇게도  [추천]

3. 우리들의 순간

4. Right (Feat. SOLE & Mellow Kitchen) 

5. Better together (Feat. Mz Double "O" & Hookman) [O.S.R Ver.] [추천]

6. 러브 스캣 (Feat. Cosmic Chips)

7. It’ soul right

8. 흐르는 밤의 도시

9. 그대의 밤, 나의 아침

10. 이 밤 우리는

11. Sing your song (Motown lover) [추천]

12. 매일 너를

13. 비가 그치면

14. 익숙한 얘기  [추천]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