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cy’는 변화를 가장한 답습의 결과물이다. 웃음기를 거두고 짐짓 무게를 잡는 도입부 정도가 색다를 뿐, 후렴으로 갈수록 곡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별안간 분위기를 바꾸는 “달콤한”-“깜깜한”의 동요적 창법과 단순한 비트 위에서 특유의 환한 매력을 뽐내는 후렴, 제목을 반복해 외치는 프레이즈까지 트와이스에게서 늘 듣던 대로다. 이 때문에 한껏 톤을 낮춘 사운드 디자인과 노래의 각 부분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산만하다. 진화를 추구하면서도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익숙함을 고집한 결과다.
표현의 측면에서도 이렇다 할 발전은 없다. 어느새 데뷔 5년 차에 접어들지만 아직도 신인 시절을 보는 듯 미숙하다. 여전히 불명확하게 웅얼거리는 가창이 주를 이루고, 나연과 지효가 번갈아 부르는 후렴은 버거운 고음역 위주로 편성되어 피로감을 안긴다. 그동안 앳되고 설익은 스타일링, 창법을 셀링 포인트 삼던 이들은 콘셉트를 먼저 바꿈으로써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음악적 숙련이 없는 비주얼 중심의 성숙은 공허하다. 지난 5년간 쉼 없이 달려온 트와이스가 당면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