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의 앨범에서 타이틀곡이 가장 약하게 들리는 날이 오다니 놀랄 일이다. ‘Set me free’와 ‘Moonlight sunrise’가 남기는 인상이 다소 밋밋한 반면, 이어 수록된 나머지 트랙은 단번에 귀를 집중시키며 몰입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 결론적으로는 통쾌한 역전극. < Ready To Be >는 데뷔 7년 차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결과물이다.
신스 웨이브 붐을 직수입한 ‘I can’t stop me’부터 시티팝 위주의 < Taste of Love >, 1980년대풍 신스팝 트랙으로 대거 채운 < Formula Of Love: O+T=<3 >까지. 트와이스의 음악은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복고 노선을 따랐다. ‘Set me free’의 진해진 디스코 향취와 ‘Moonlight sunrise’의 두아 리파 스타일 작법은 그 정점이다. 장르 흡수력은 무난하나, 여전히 맥을 끊는 랩과 연장전에 들어선 레트로 유행 속 번뜩이는 차용 근거의 부재가 아쉽다.
그에 반해 여타 수록곡에서 벌어지는 거센 사운드와 보컬의 대격돌은 새삼 놀랍다. 시종일관 맹렬하게 달리는 ‘Got the thrills’, 스타디움 록의 웅장함과 전개의 역동성을 두루 갖춘 ‘Blame it on me’의 연타가 특히 돋보인다. 발랄한 이미지로의 회귀와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헤맨 < Between 1&2 >와 달리, 그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은 분명한 전진을 가능케 했다.
물론 일차적인 공은 제작진에게 있겠지만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안정 궤도에 오른 멤버들의 표현력이다. 동일하게 런던 노이즈의 곡을 받은 지난 앨범의 ‘Queen of hearts’와 이번 ‘Crazy stupid love’를 비교하면 훨씬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양상은 타이틀곡의 영어 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The feels’만 해도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에 끌려가는 모습이 강했으나, 이번 ‘Set me free’는 대체로 비등하며 후렴의 경우는 영어 가사가 더 매끄럽게 들리기도 한다.
전담 프로듀서 블랙아이드필승과의 작별 이후 트와이스의 행보는 끝없는 모험의 연속이었다. 어려움이 많았다. 소극적 영역 탐험의 연속에 본래의 매력마저 대거 잃었던 것이 사실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정을 계속하는 < Ready To Be >는 그동안의 시간이 의미 없는 방황이 아니라 마땅히 필요했던 성장통이었음을 보여준다. 다음에 무엇이 놓이든, 이제는 준비가 되어 있다.
-수록곡-
1. Set me free
2. Moonlight sunrise
3. Got the thrills [추천]
4. Blame it on me [추천]
5. Wallflower
6. Crazy stupid love [추천]
7. Set me free (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