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이 있기에 트와이스는 ‘스페셜’하다. 지난 4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케이팝 최전선 아이돌 그룹의 현재, 멤버 미나의 휴식 선언과 지효의 열애설 등 복잡했던 배경을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라는 노랫말로 진솔히 풀어낸다. 가끔 투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비즈니스 이면의 진심 어린 접근이 여타 3대 기획사와 차별되는 JYP만의 강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Feel special’을 특별하지 않게 만든 존재 역시 박진영이다.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구축한 투스텝 하우스 사운드는 세련된 데 반해, ‘Signal’과 마찬가지로 멜로디 라인이 구식이다. 원더걸스, 미스에이까진 유효했던 JYP 특유의 마이너 코드 선율이지만 2019년의 트와이스에 어울리진 않는다. 달콤함과 차가움 사이서 길을 잃었던 ‘Fancy’에 비해 확실한 성숙을 지향하며 일관된 모습은 있으나, 그 완성도나 표현의 방법은 역대 트와이스의 곡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앨범은 꽤 들을 만하다. 타이틀 트랙이 만들어놓은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 아래 도회적이고 시크한 일렉트로 팝을 잘 배치한 덕이다. 해외 작곡가들의 대거 참여로 ‘Feel special’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맛이 있으며, 멤버들의 가창은 어리숙했던 < Fancy You >와 비교해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클린 밴딧(Clean Bandit)을 연상케 하는 ‘Rainbow’는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청량한 건반 및 보컬을 대비하여 힘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라이언 전의 ‘Get loud’에선 휘파람 소리와 더불어 멤버들의 가라앉은 보컬이 차가운 무드를 조성하고, 그 흐름은 트랩 비트와 2000년대 초 신스 팝을 교배한 ‘Trick it’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흥을 깨는 어리숙한 랩과 ‘Trick it’ 추임새는 없는 것이 더 좋았다. 심은지가 작곡한 ‘Love foolish’는 단연 ‘시크 트와이스’의 최고 곡 중 하나.
여러 모로 부족했던 < Fancy You >를 발판 삼아 트와이스의 관성을 깨고자 노력한 모습이 들린다. 전작처럼 구성이 어설프지 않은 데다 새로운 서사를 잘 도입한 덕에, 특별한 지점은 없어도 자연스레 그룹의 새로운 전기를 그릴 수 있게 됐다. 팬덤 원스(Once)에게는 더욱 애틋할 성장 스토리다.
다만 그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박진영이라는 사실이 딜레마다. 팀 내외 이슈가 겹치며 흔들릴 수 있었던 상황을 ‘JYP 찬스’로 잘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성숙과 세련된 모습으로의 전환에 ‘Feel special’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블랙아이드필승과 JYP의 익숙한 문법은 여기까지만. ‘Dance the night away’나 ‘Breakthrough’ 같은 타 작곡가의 작품이 트와이스의 ‘스페셜한’ 앞날에 더 어울려 보인다.
-수록곡-
1. Feel special
2. Rainbow
3. Get loud [추천]
4. Trick it [추천]
5. Love foolish [추천]
6. 21:29
7. Breakthrough (Korean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