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워도 너무 단조롭다. 헤일리 볼드윈과의 결혼, 라임병의 고백 등 개인사의 여러 변화들과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발매된 신보에는 그간의 고뇌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방점은 이지 리스닝. 트랩 비트에 미드 템포의 알앤비로 꽉 채운 이번 작품은 17개의 적지 않은 수록곡을 지녔지만 52분이 채 안 되는 러닝 타임을 가진다.
서사는 부재하나 주제는 확실하다. 그건 바로 사랑. 2018년 깜짝 혼인신고 후 우울증 등을 이유로 작년 결혼식을 올린 아내를 향한 애정이 여기저기의 글감이 된다. 단 똑같이 사랑이 소재였어도 지난 정규 음반 < Purpose >가 이를 확실한 대중 소구력을 지닌 ‘팝송’으로 써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초점이 훨씬 좁아졌다. 이는 좀 더 어린 세대 그러니까 더 짧은 음악을 듣고 노래를 통해 게임을 하길 원하는 층으로 향한다.
리드 싱글로 뽑힌 ‘Yummy’가 이를 대표한다. 트랩비트에 ‘yummy’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이 곡은 사실 메시지에 강조점을 준다기보다 후크의 중독성을 노린 곡이다. 발매와 동시에 저스틴 비버 스스로가 전면 지휘한 SNS 챌린지는 그 흐름이 뜨겁게 타오르지는 못했을지라도 그의 상업 세일즈 포인트가 어디에 찍혀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같은 트랩 중심의 요즘 음악 좇기는 거의 모든 곡의 사운드 골격을 채운다. 힙합 그룹 미고스의 콰보(Quavo)와 함께한 ‘Intentions’, 미끄러지는 비음이 인상적인 ‘Come around me’, 곡의 매듭이 아쉬운 ‘Available’, ‘Get me’ 등 대다수의 노래가 비슷한 인상을 공유한다. 상대적으로 짙은 보컬을 보이는 Take it out on me’ 정도가 그나마 찡한 색감을 띈 곡이나 평탄하고 독립적인 음반 구성 사이에 이 노래에 마음을 뺏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극 후반부 ‘E.T.A’, ‘That’s what love is’ 등 기타를 중심으로 한 곡이 한정된 사운드의 답답함을 조금 풀어준다. 허나 신보에 들었던 기대감을 채워줄 정도는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음반에는 지난 작품에서는 3개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단 한 곡의 정상곡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음반 판매량 등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작품 속 남은 것은 파스텔이 뭉개지듯 보드랍고 달큰한 저스틴 비버의 보컬뿐이다.
작년, 아리아나 그란데가 트랩비트를 바탕으로한 앨범 < thank u, next >에 자신의 메시지를 한껏 담아 호응을 끌어냈다면 이번 저스틴 비버의 음반에는 그 호소력이 없다. 무난함 사이에 생생함을 살릴 서사의 부재. 오직 ‘힙’함과 보이스칼라만 살아있다.
-수록곡-
1. All around me
2. Habitual
3. Come around me
4. Intentions (Feat. Quavo) [추천]
5. Yummy [추천]
6. Available
7. Forever (Feat. Post Malone & Clever)
8. Running (Feat. Lil Dicky)
9. Take it out on me
10. Second Emotion (Feat. Travis Scott)
11. Get me (Feat. Kehlani)
12. E.T.A.
13. Changes
14. Confirmation
15. That’s what love is [추천]
16. At least for now
17. Yummy (Summer walker Re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