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실험 끝에 도달한 그룹의 정수는 가변성이었다. 붉은 패기로 서울을 담아냈던 첫 앨범을 재해석한 이번 정규 7집은 보색이자 상징인 녹색을 앞세워 그간 키워온 스펙트럼과 유동성을 드러낸다. 무한 확장과 개방을 지향한 초기 기획이 음악으로 수렴될 수 있었던 건 정체를 경계하며 나아간 태도 덕이다. 지속의 가치를 알고 유연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갖춘 이들에게, 초심을 응용하는 방식의 기념은 결코 뻔하지 않다.
변수를 강화의 계기로 삼는 과감함에서 명확한 자기 객관화가 느껴진다. 멤버 탈퇴와 군 공백기를 맞으며 역대 최소 인원인 5인 체제에 돌입했으나 치밀한 장르 배치 덕에 허전함은 거의 없다. 타이틀 ‘Blingy’를 필두로 한 힙합 위주의 구성으로 보컬 멤버의 빈자리에 무게감과 여유를 채우는 한편, 가창을 아예 배제하기보다는 독특한 음색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확보한다. 비교적 줄어든 서정성의 지분을 펑키한 신스팝 ‘Getaway’에 나누고, 록 스타일의 ‘Piñata’ 속 거친 질감으로 반전하는 노하우는 기민하기까지 하다.
아이돌의 활동 수명이 길어진 K팝 신에서 < Blingy >는 고연차가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안정화 전략을 보여주는 예다. 솔로 활동으로 차별화한 개별 역량과 포지션을 넘나드는 파트 분배는 고유성을 고수해 온 뚝심을 만나 그룹의 정체성을 견고히 한다. 역동적인 사운드 가운데 ‘Day after day’의 변주, ‘Ikr’ 속 신시사이저가 만든 환기 요소가 앨범의 흐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도 시도를 거치며 얻은 성공 공식이 발휘된 대목이다.
융통성을 응축한 몰입감도 이질적인 후반부에 이르러 기세가 부쩍 내려앉는다. 10주년의 의미가 있는 만큼 팬송 ‘127 million miles’의 수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전반부에서 공고히 쌓아 올린 선언의 밀도가 급격히 옅어지며 힘을 잃는다. 단순한 이미지의 대비감 탓이라기보다는 트랙을 잇는 개연성의 부재에 가깝다. 오히려 마지막 ‘I mean, it’s about time’의 내레이션으로 과거의 회고와 새로운 기약을 담아낸 연출이, 앞선 강렬함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난해함이라는 이름으로 축적한 독창성이 결국 가장 주체적인 무기임을 증명한다. 힙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변칙 속에는 데뷔작 < NCT #127 >의 생경함부터 최근 < Walk >의 여유까지 아우르는 개척 정신이 하나의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을 재현한 듯 담대하다가도 안정적인 궤도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빼곡한 앨범. 음악을 본질 삼은 이들의 소신은 집요하다.
-수록곡-
1. Blingy [추천]
2. Legacy [추천]
3. Piñata
4. Step up [추천]
5. Ikr [추천]
6. Getaway
7. Day after day
8. 127 million miles
9. I mean, it's about 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