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3 Yoonmirae
티(윤미래)(t)
2007

by 한동윤

2007.03.01

4년 3개월여의 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전작과 마찬가지로 윤미래는 두 가지 틀에서 균형을 꾀한다. 정체성 면에서는 자타가 공인한 보컬리스트와 국내의 독보적인 여성 래퍼라는 위치를 두고, 음악적으로는 정통 알앤비와 대중이 익숙해 할 스타일의 음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녀가 절충과 중도를 택한 것은 어찌 보면 데뷔 때부터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업타운(Uptown)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도 중견들 못지않게 역동적이고 시원시원한 노래와 탄력 있는 래핑을 구사함으로써 최상급 기량의 보컬리스트, 최고의 여성 래퍼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후 솔로로 활동하면서도 그녀의 지향인 흑인 음악을 근간에 두며 '시간이 흐른 뒤', 'To my love' 같은 노래로 많은 인기를 얻지 않았던가. 그러한 영예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굳히기 한판. 그녀는 이제 자연스러운 합집합의 방식을 아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는 랩을 하는 윤미래를 도드라지게 해주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빛내줄 음악을 적절하게 선별해 두었다. 또한, 마니아들이 환영할 정통 흑인 음악을 빼놓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살 편안한 느낌의 발라드까지 적은 숫자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갖춘 편이다.

장중한 도입부 때문에 딥셋(The Diplomats : 뉴욕의 힙합 집단)의 몇몇 음악이 연상되기도 하는 앨범의 첫 곡 'Black diamond'부터 강건한 열기를 뿌린다. 타이거 제이케이의 랩과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 오케스트레이션의 일치된 소통을 통해 세련된 어반 사운드를 꾀하는가 하면 'What's up! Mr. Good Stuff'에 와서는 율동감 넘실대는 쾌조의 펑크(funk)로 한껏 매력을 발산한다.

검은빛 진한 노래들로 치장한 것만은 아니다. 타이틀곡 '잊었니...'는 차분한 톤의 음성에 은은한 코러스를 덧대어 절제되어있으면서도 숙연한 향을 낸다.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소울과 팝의 미세한 틈을 잇대는 편곡 방식이 매력적이며 윤미래의 수수한 보컬 해석 능력이 완성도를 높여준다.

피아노와 스트링 연주가 숨죽인 것처럼 보컬을 받쳐주며 애잔함을 띠는 '시간은 눈물과 흐르고', 동양적 정취를 풍기는 프로그래밍과 친숙한 분위기의 선율로 일관하는 '나니까' 같은 대중 지향형 발라드 역시 공존해 다양성을 획득하고 있다.

수록곡의 형식과 분위기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사안은 성공적일지 모르겠으나 아쉬운 점 또한 없지 않다. 래퍼로 분하는 'Pay day'는 퍼기(Fergie)의 'London bridge'(2006)가 떠오를 정도로 랩의 억양과 순서, 버스(verse)간 연결을 짓는 부분까지도 흡사해 신선도가 떨어진다. 트렌드를 읽으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받아들인 내용을 충분한 여과 없이 쉽게 표출한 듯하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아픔을 겪을 때 위안이 되어 준 음악에 헌정하는 '검은 행복'도 다소 섭섭하다. 곡을 통해서 화자가 경험했을 고통은 확실히 느껴지나 앨범 전반에 손을 대는 타이거 제이케이가 노랫말을 잘 썼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자리매김하지 못하기 때문. 랩을 하는 자신의 이야기인 만큼 직접 글을 썼다면 진실한 모습이 밝게 비춰져 호소력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윤미래의 줄타기는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조치와 정통성 사이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잘 유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컬리스트로의 역할은 일정 부분 무난하게 수행한 반면 래퍼라는 배역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맘껏 활보하지 못했음이 감지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 부분을 본인도 아쉬워할 것 같다. 그러한 연유에서 이후 < Gemini >(2002)처럼 힙합 성향을 확연히 드러낸 앨범이 다음 작품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단해 본다. 그걸 더 애타게 기다릴 팬들도 있을 테니깐.

-수록곡-
1. Black diamond (작사 : Tiger JK / 작곡 : Kevin Gunhee Han)
2. What's up! Mr. Good Stuff (Tiger JK / Ann1)
3. 잊었니... (Tiger JK / Ann1)
4. Honeymoon (Tiger JK / T, 박재선)
5. Gimme gimme!!! (이기주의자) (Tiger JK / Ann1)
6. Pay day feat. Ann (Tiger JK / Double Dragon)
7. 시간은 눈물과 흐르고 (Tiger JK / 3rd Planet)
8. 나니까 (김이나 / 윤일상)
9. 검은 행복 (Tiger JK / The Quiett)
10. Who (Tiger JK / T, 박재선)
11. Good bye sadness, hello happiness (Brian Kim / Brian Kim)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