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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Time Goes By
티(윤미래)(t)
2001

by 이경준

2001.10.01

댄스 가수들의 득세 속에 꿈쩍할 것 같지 않던 가요계가 변하고 있다. 지각변동의 조짐은 에즈 원, 박화요비, 박정현 등 빼어난 가창력을 소유한 일군의 R&B 뮤지션들이 등장한 지난 몇 년 사이 감지되기 시작한 사항이다. 신진세력으로 분류해도 좋을 실력파 R&B 가수들의 성장은 올해 브라운 아이즈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괄목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드디어 음악성이 평가받는 시기가 서서히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윤미래라는 한 여가수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업타운과 타샤니를 거치며 국내 정상급의 래핑과 보컬 능력을 검증 받아 왔던 그녀의 이번 솔로 프로젝트 티(T)의 음반은 사실상 재기작이나 마찬가지이다. 절정의 순간에서 연예계 마약 파동에 오르내리며 물러나야 했던 그녀이기에 앞날에 대한 각오는 남달랐을 것이 분명하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응축물인 <As Time Goes By>는 자신감이 넘쳐나는 음반이다. 휴식의 기간 동안 내공을 터득한 듯 그녀의 보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러우며, 유연하게 앨범 전체를 감싸고돈다. 발라드 곡들은 선율과 하나가 되어버린 깊이 있는 목소리로 청자를 빨아들이며, 강한 랩은 그 능수능란함과 매끄러운 플로우로 마법을 건다.

앨범에서 가장 귀를 끄는 트랙은 '시간이 흐른 뒤'이다. 격해진 감정상태를 잘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잘 자제하고 있는 이 곡은 타이틀곡으로도 내정되어 이미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외에 차분한 느낌의 '슬픔에 기대어', 배후에 깔린 클래식 선율과 호소력 있는 티의 보컬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바보'등이 차트 등극이 예상되는 곡들이다.

그런 대중친화용 곡들이 그다지 달갑지 않을 힙합 마니아 층을 위해선 'La Musique', '삶의 향기'등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드렁큰 타이거의 Tiger J.K.와 CB MASS 등 '대한민국 힙합 올스타'가 작사 작업에 대거 참여한 'La Musique'는 말 그대로 흐름을 타는 랩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곡으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이번 앨범의 특색이라면 리메이크 넘버가 두 곡이나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그 중 여성 트리오 에코의 히트곡을 다시 부른 '행복한 나를'은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불러주며 셋이 부른 원곡과는 또 다른 맛을 전한다. 하지만, 삼색의 보컬이 중첩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오리지널 버전의 점층법이 여기서는 느껴지지 않아 일면 아쉬움이 남는다. 벌써 여러 번 리메이크 되는 '하루하루'가 포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 판단착오다. 이미 그 효용가치가 상실된 이 곡의 수록은 '재탕'의 범위를 넘어서기 힘든 것이다.

그 외에도 의미 없는 영어 버전과 리믹스 버전이 여럿 실려 있는 등 혼란스런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As Time Goes By>는 꽤 인상적인 귀환이며, 자칫 망각될 뻔했던 재능 있는 뮤지션이 살아났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남을 것이다. 적어도 체질개선 중인 가요계에 가창력이 주(主)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줄 작품.

-수록곡-
1. 바보
2. 시간이 흐른 뒤 (As time goes by)
3. I miss you so
4. 슬픔에 기대어
5. 행복한 나를
6. 그대 없는 사랑
7. La musique
8. As time goes by (english ver.)
9. She (...could never be me)
10. 삶의 향기 (Soul flower)
11. Old school love
12. 친구가 아닌 연인
13. La misique (english ver.)
14. 시간이 흐른 뒤 (As time goes by) (remix ver.)
15. 하루하루
이경준(zakkran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