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o My Love
티(윤미래)(t)
2002

by 이경준

2003.01.01

업타운 소속으로 '다시 만나줘'를 부르던 때가 까마득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스물 두 살이란다. 워낙 데뷔를 빨리 한 탓이다. 이번에 들고 나온 <To My Love>가 벌써 두 번째 솔로 음반. 작년에 공개된 가교 형식의 음반 <Gemini>(열 두 곡이나 담긴 이 앨범은 정규 디스코그래피에 넣더라도 지장이 없을 듯하다)까지 포함한다면 3집이 되는 셈이다.

사실 마약 문제에 휩쓸려 짧지 않은 공백기를 가진 그녀가 이렇게 멋진 컴백을 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개는 그녀의 출중한 랩 스킬은 인정하되 그것만으로 주류의 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했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보편적 감수성에 호소하기엔 무리였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첫 독집 <As Time Goes By>는 그런 예측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장기인 힙합의 비중을 줄이고 'R&B 발라드'를 대폭 강화한 음반은 냉기류가 흐르는 침체된 시장 속에서도 50만장 선을 가뿐히 뛰어 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발라드에 약한 한국인의 정서를 정공법으로 공략한 것. '시간이 흐른 뒤'와 '바보'는 성공의 징표였다.

마니아들을 위해 <Gemini>에서 잠시 힙합 전사로서의 테크닉을 시범한 그녀는 다시 R&B 발라드를 주무기로 택했다. 애절하면서도 해면(海綿)처럼 귀를 빨아들이는 목소리는 스산한 겨울의 정취와 훌륭히 짝을 이룬다. 그래서 1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약점이 될 듯하지만 자유자재로 꺾고 비틀고 오르고 내리는 '매직 보컬'의 파워는 여전하다. 타이틀 넘버 'To my love'를 비롯, 'Unforgettable', 'Tuesday', '선물', 'One day' 등의 동시다발적 히트가 점쳐지기도 한다. 과연 크레이그 데이빗(Craig David)이 매혹될 만하다.

함께 작업한 인물들의 네임밸류 또한 화려하다. 윤사라와 원태연, 박선주, Tiger J.K. 그리고 CB Mass의 커빈이 작사에 참여했으며 바비 킴, 샘 리, 윤일상 등이 작곡을 담당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곡을 받았지만 보컬이 갈지 자 보행을 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게 이번 음반 최고의 미덕인 듯 싶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보컬의 힘이다.

다만 버터 냄새가 짙다는 것은 20, 30대 이상으로 팬 층을 확대할 수 없음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교포인 그녀의 태생적 한계이니 문제삼지 말도록 하자. 그녀에게 '한국적 보컬미학'을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합당하지 않다. 1집에서 간혹 들렸던 한국어 발음상의 문제는 이번 음반에서 상당히 교정되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 노력한 흔적이 드러난다. 영어 버전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그녀의 보컬이 영어와 흡착력이 더 좋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T는 수려한 가창력을 앞세워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한다.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녀는 이제 스물 두 살에 불과하니까.

-수록곡-
1. Unforgettable
2. To my love
3. Tuesday
4. 선물
5. To my love (English version)
6. 끝없는 바다 저편에
7. One day
8. Because I love you
9. 집으로 와
10. 나는
11. 인연
12. Why me?
13. Gotta get love
14. 찬바람아!
15. Because I love you (English version)
16. 너 (Sad but true)
이경준(zakkran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