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Eternal Essence Of Music

휘성

2007

by 배강범

2007.09.01

'내려놓음'. 휘성의 다섯 번째 앨범 < Eternal Essence Of Music >을 들으며 떠오른 이미지입니다. 그는 지난 네 장의 앨범을 통해 더없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그럴수록 더해가는 '휘성은 -이다'라는 식의 고정된 관념으로부터 이별하고 싶은 갈망 또한 더해진 건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군요.

전반적으로 음악적 분위기에 대한 부담에서 홀가분해졌습니다. 지난 4집을 비롯하여 이전 작들을 관통하는 주요 코드 중 하나는 짙은 흑색의 다부진 무게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그와 같은 틀 안에서의 음악을 기대했다면 두 번째 곡 'My way'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휘성과 랩, 휘성과 레게, 예의 무거움을 상기해보면 모두 의외의 모습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타이틀 곡 '사랑은 맛있다♡'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그 미흡함이라든가 어떤 어색함을 떠나 휘성의 랩과 경쾌한 사운드, 얇은 바이브레이션 톤이 어우러진 이 곡은 기존의 휘성의 모습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할 정도에요.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발랄한 라운지 풍의 'Savannah woman'을 선보이기도 하고, '벌'에서는 힙합을 시도하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한 음반에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시도들의 당위성이 무엇인지 뚜렷한 윤곽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가 이번에 또 다른 타이틀곡으로 '다쳐도 좋아'를 선정했을 때 조금은 의구심이 들었어요. 정통 발라드와 동시에 그와는 대비되는 경쾌한 장르의 곡으로 승부수를 보는 전략은 이미 여러 가수들의 선례가 있었습니다. 이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적 변화에 대한 진정성이 올곧이 와 닿지는 않더군요.

변화를 보여주는 곡들은 사실상 작곡가의 특성이라든가, 원곡의 힘에 의지하는 바가 큰 측면도 있습니다. '사랑은 맛있어'의 경쾌함과 클래식 샘플, 그리고 '다쳐도 좋아'의 정통 발라드 문법은 그간의 작곡가 박근태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요. '다쳐도 좋아'와 같은 선상에 있는 앨범 내 발라드 곡들에서 휘성은 곡마다 목소리 톤이라든가 접근을 달리하는 노력이 깃들어 있기는 합니다만 '작곡가 전해성', '작곡가 김도훈'의 모습이 더 강하게 그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5집 앨범의 제목 < Eternal Essence Of Music >의 의미, 음악에 있어서 영원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했던 의중은 미완으로 남았습니다. 음악을 함에 있어-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타성에 젖지 않으며 틀에 갇히지 않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보다는 보다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수용하여 새로운 면을 부각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면, 그에게서 발견되었던 또렷하고 강렬했던 고유의 존재감이 모호해져서 일 것입니다.

그가 무엇을 시도하건, 무엇을 의도하건 그것이 대중과의 소통에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가가 제일의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은 이 점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situation이라는 영어 어휘가 조금 거슬리기는 합니다만 '이런 시츄에이션'의 흡입력이라든가, '만져주기'의 메시지라든가 윤하와의 듀엣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적어도 이번 앨범으로 그는 갑갑한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은 다음을 향한 준수한 도약이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록곡-

1. Love hero (원곡 : Why / 편곡 : 김민수 )

2. My way (작사 : 최갑원 / 작곡 : 박근태, Moldny)

3. 사랑은 맛있다♡ (휘성 / 김근태)

4. 다쳐도 좋아 (강은경 / 박근태)

5. 차안남녀 (전해성 / 전해성)

6. 안녕히 계시죠 (When I think of you / 송진석, 김태성)

7. 어쩌다 보니 비밀 (휘성 / 박근태)

8. Savannah woman (Savannah woman / 이상호, 신사동 호랭이)

9. 이런 시츄에이션 (박창현 / 박창현 )

10. 만져주기 (Feat. 윤하) (휘성 / 박근태)

11. Tick tock (휘성 / Kater. D, 김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