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각광을 받았던 알앤비 '스타일'의 보컬은 급격한 노화를 맞았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바람에 재탕, 삼탕의 비슷한 창법이 등장했고, 대중은 급피로감을 느끼며 그들을 모두 '소몰이 창법'으로 몰아버렸다. 그리고 2014년이 된 지금, 어느새 알앤비는 대한민국에서 올드한 스타일로 추락했고, 더불어 알앤비 뮤지션들의 입지도 좁아졌다.
휘성도 이런 시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중들은 그의 행로와 상관없이 알앤비에 대한 애정을 잃었다. 그는 비록 낙담했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끊임없는 '활로 찾기'는 6개의 정규 앨범에 고스란히 남겨졌고, 2년 7개월만에 나온 신작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미니앨범은 곡수는 적지만 싱어로서의 '대중기호',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번 등판도 '불치병'과 'With me'등 그의 히트곡을 도맡았던 작곡가 김도훈이 함께 했다. 하지만 작사와 프로듀싱은 당당하게 휘성 본인이 나섰다. 공통적으로 보컬을 앞세우는 편곡을 지향하지만 보컬의 색이나 성질은 조금씩 차이를 뒀다. 타이틀인 'Night and day'는 스케일을 키워 웅장하고 극적인 멜로디를 부각시켰고, '모르고 싶다'는 절제되고 담백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사랑은 맛있다' 같은 달달하고 부드러운 러브송은 '너라는 명작'에서 녹여냈다. (사실 이 곡은 2012년 < DOKKUN Project Part 1 > 에 수록된 곡을 리마스터했다.)
휘성의 창법은 애절하다 못해 단장(斷腸)의 비애를 토해낸다. 하지만 이 절규는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다. '너라는 명작'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기교' 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다. 풍파를 거친 목소리는 더욱 짙고 깊어졌으며, 더 진한 '소울'은 오랜 훈련으로 제대로 휘성의 색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보면 소울의 '뿌리'로 돌아가 식상한 알앤비 '스타일'을 돌파한 셈이다.
그의 중량감 있는 목소리는 '가사'도 한몫한다. 노랫말이 더욱 직선적이고 솔직해졌다. 이런 돌직구 표현에는 '애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비장함', 그리고 막다른 곳에 선 '절박함'까지 묻어난다. 특히 '돈벌어야해'는 스스로도 미쳐서 만든 노래라고 말할 정도로 음악 '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염증'을 터뜨린다. '노래가 좋아'에서 "갈 곳이 없다면 부를래, 더 간절히 노래할래. 노래로 기도 할래."라며 쏟아내는 고백은 그 어떤 러브송보다 절절하다.
어느덧 휘성이 데뷔한지 12년이다. 그는 여전히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한다. 그리고 뮤지션의 뜨거운 고뇌는 정체된 공기를 뒤흔든다. 역시 'The Best Man'이란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
- 수록곡 -
1. Best Man(Feat.에스나) [추천]
2. 노래가 좋아 [추천]
3. Night And Day [추천]
4. 네 옆에 누워
5. 너라는 명작
6. 모르고 싶다 [추천]
7. 돈 벌어야 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