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어떠한 노래, 혹은 특정 스타일이나 추구하는 장르를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곡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언제 부르는가 하는 문제도 그에 못지않게 막중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히트 여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1980, 90년대의 R&B 명장 키스 스웨트(Keith Sweat)가 아무리 훌륭한 신보를 출시한다 한들 그의 음악은 이제 슬로우 잼 전문 방송이 아니면 일반 채널에서는 뜨기 어렵다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음악 동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경우도 많다. 2000년대 초반을 지나 어쿠스틱한 향을 가미한 리듬 앤 블루스가 인기를 끌던 시절, 소울 보컬리스트 디바인 브라운(Divine Brown)이 좋은 음악을 갖고 나왔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음반을 낸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야 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해가 갈 듯하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 외에 부차적인 요소도 존재를 나타냄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태양, 이민우, 손호영 등이 니요(Ne-Yo)로 대표되는 미디엄 템포의 리듬 앤 블루스라든가 혹은 전자음이 전진 배치된 업 비트의 컨템퍼러리 R&B를 시도하는 반면에 휘성은 트렌드가 아닌 일면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는 점이 색다르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띄니 시기를 잘 탄 셈이다. 게다가 지난 5집에서는 톡톡 튀는 팝 감성을 한껏 드러내는 노래로 활동했던 터라 다시금 흑인 음악으로 귀화한 이번 모습이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하게끔 하는 부분일 테다.
이러한 연유로 컴백을 돋보이게 만드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없어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별이 지다..'를 비롯한 수록곡들이 '안되나요', 'With me', 'Goodbye luv' 같은 이전 타이틀곡보다, 그리고 당시에 불렀던 다른 몇몇 노래들보다 한결 차분해지고 숙연해졌다는 것 외에는 큰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남자 가수 중에서 흑인 음악을 잘 소화한다고 인정받는 휘성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후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간 음악이기에 돌출되어 보일 뿐이다.
또 하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최근 메인스트림을 잠식한 리듬 앤 블루스의 경향이 덜 나타나 남달라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완벽한 남자'는 스냅 뮤직(snap music)의 체구를 빌려온 음악이지만 리듬 장식을 더 첨부하지 않고 신시사이저를 삽입하지 않는, 심지어는 오토튠까지 사용하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발취해 독자성을 이뤄냈다. 자극이 될 만한 요소를 거둠으로써 노래 부르는 이를 드러낸다.
앨범은 그래서 약간은 밍밍하게 들린다. 중간에 삽입된 'Interlude'가 휘성이 부르는 사랑 이야기들을 이으며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로서 흥미를 제공하지만, 나머지 곡들은 담백하다 못해 심심하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처럼 거친 리듬과 강한 사운드로의 폭격이 아니라서 많은 이의 마음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음악은 그리 탐탁스럽지 못하다. 음악의 도드라짐이 없어 아쉬운 회귀다.
-수록곡-
1. Realslow gotta go again
2. 완벽한 남자
3. 별이 지다.. [추천]
4. Interlude (with 효리)
5. Choco luv
6. Prayer 4 soul (feat. Lovelyn)
7. 나락(奈落)
8. 별이 지다..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