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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olate
휘성
2009

by 홍혁의

2009.10.01

휘성에게 한국의 대표 R&B 가수라는 직함이 통념적으로 인식되어 온지는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다. 흑인 아티스트에게서나 감흥을 얻을 수 있었던 특유의 기교와 바운스 감각은 물론이고, 국내 정서에 어울리는 발라드적 감성도 치밀하게 건드릴 줄 알았던 능력은 유수의 히트곡을 양산하며 현재까지 휘성의 입지를 굳건하게 축조해나갔다.

물론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 2집의 기록적인 성공은 이후 앨범이 선도해야 했던 정체성 찾기 과정을 교란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좌충우돌하던 음악적 방향은 여섯 번째 앨범에 이르러서야 시야가 확보된 것처럼 보인다. 다양하면서도 생경한 시도를 절제하는 대신, 안정적인 구도로 앨범을 배치한 휘성의 용단은 프로듀서로서의 지휘권을 부여받은 데에 기인한다.

안정적인 두 축은 표면적으로 전형적인 대중적 발라드와 미디엄 템포의 트렌디한 R&B로 대응되었다. 허나 실질적으로 6집 < Vocolate >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휘성표 발라드 가 표출하고 있는 정제된 숙련도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기승전결식 구조와 카타르시스를 유발할 만한 매력적인 후렴구는 타이틀곡인 '주르륵'에서 확연하게 발견된다.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확실한 비기를 습득한 모습이라 얄밉기까지 하다.

'주르륵'과 함께 '사랑 그 몹쓸 병'에서도 가성을 도드라지게 내세워 확실한 방점을 남기는 모습이 흥미롭다. 보컬 역량에 대한 자기 확신에 의해 발현되는 특출한 기교는 일반 대중에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생성하기에 이른다. 진성과 가성사이에서 흠 잡을 곳 없이 연결되는 매끄러운 전환은, 온전한 곡 해석이 가능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도록 조력하는 휘성의 또 다른 무기다.

전반부가 애틋한 발라드 곡의 향연이었다면, 후반부로 진입하는 순간 클럽 튠으로 주요 구성된 2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제 2의 조력자가 등장할 만도 하다. 아니라 다를까 미국 현지의 트렌드를 준수하게 이식하는 이현도의 손을 거친 트랙들이 모습을 비춘다. 'Rose'로 간단히 몸을 풀기 시작하더니 'Girls'에서는 오토튠 사운드를 토대로 래퍼 버벌 진트(Verbal Jint)를 소환한다. 흡사 티 페인(T-Pain)의 'Chopped n skrewed'를 연상케 하는 유쾌한 조합이다.

발라드와 컨템퍼러리 R&B의 두 축은 장르 본연의 특색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유지된다. 물론 두 축을 조정하는 소실점에는 휘성이 위치한다. 앨범의 균형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조정될 수 있었고, 상업성의 측면을 효과적으로 녹여들게 한 미묘한 기술이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휘성의 첫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진취적인 시도는 어느덧 선배 가수의 위치까지 도달한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지라 더욱 의미가 깊다.

-수록곡-
1. Over u
2. 사랑..그 몹쓸병
3. 주르륵 [추천]
4. 눈물 쏟고 또 쏟고
5. Rose (Feat. Double K)
6. 네 심장이 쉬는 날
7. Alone
8. Show me girl [추천]
9. One kiss
10. Girls (Feat. Verbal Jint, 전군)
11. 사랑해..
12. 타임머신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