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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fort
거미
2008

by 김두완

2008.03.01

이번 앨범의 화두는 거미의 가창 스타일 변화다. 번외 앨범인 < Unplugged >(2006) 이후 약 2년 만에 외출을 단행한 그녀는 이전과는 다르게 노래를 비교적 편하게 부르고 있다. 힘주어 흐느끼던 과거로부터 과감한 변화를 꾀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좋은 가수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호소력은 물론 정확한 전달력까지, 잃은 게 없다.

또 하나의 변신을 꼽자면 바로 타이틀곡이 될 것이다. '그대 돌아오면'(2003), '기억상실'(2004), '아니'(2005)로 이어지는 발라드 대열에 '미안해요'라는 일탈이 생겼다. 그녀가 다른 게 아닌 댄스 음악을 앞세운 것이다. 게다가 팀벌랜드(Timbaland) 식의 비트 운용과 주인공의 담백해진 창법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곡이 고혹적인 분위기를 내는 데엔 탑(T. O. P, 빅뱅)의 래핑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나는 클럽 분위기를 표방한 'Clap your hands'와 'Let's get it party', 스트링 편곡이 야무진 '마지막 파티' 등이 거미의 관능적인 이면을 보여준다. 특히 싸이가 작곡한 '마지막 파티'의 경우 그녀의 다부진 랩 실력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거미가 갑자기 발라드를 버린 건 아니다. 여전히 발라드라는 매개체는 그녀의 중심축과도 같다. 간절한 짝사랑을 그린 '사랑하지 말아요'나 애절한 음색이 도드라진 '거울을 보다가' 등이 전형적인 한국형 팝 발라드라면, 소속사 동료 가수 지은이 함께한 'I'm gonna miss U', 소울 뮤지션 레온 웨어(Leon Ware)의 'Where are they now'를 샘플링한 '환각' 등은 미국형 알앤비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목소리에 힘을 뺀 것이 실수가 아닌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실험이었음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이처럼 거미의 네 번째 앨범엔 댄스와 발라드라는 두 극점이 공생한다. 주인공 특유의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둘 사이의 간격을 깔끔하게 매듭졌다. 무엇보다도 가창에 대한 그녀의 고민이 결국 전체적인 세공으로 귀결된 분위기다. 거미와 함께 양현석이 공동 프로듀서로 나선 만큼, 본 작품은 YG 사단에서도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 같다. (한편 부클릿 속의 일러스트레이션은 탤런트 구혜선의 솜씨다.)

-수록곡-
1. Intro / Work it now feat. G-Dragon (작사 : 양현석, G-Dragon / 작곡 : Perry)
2. Clap your hands feat. Perry (양현석, Perry / Perry)
3. 미안해요 feat. T. O. P (Kush, T. O. P / Kush)
4. 사랑하지 말아요 (김태윤 / 김민)
5. 거울을 보다가 feat. Red Roc (최갑원, Red Roc / 거미, 용감한 형제)
6. Let's get it party feat. 45 RPM (하정현, 45 RPM / E-Tribe)
7. 마지막 파티 (싸이, Masta Wu / 싸이)
8. 따끔 (최은하 / 윤일상)
9. 이별이 아니길 (장연정 / 전승우)
10. I'm gonna miss U feat. 지은 (이승민 / Greg Barnhill's, Jason Deere, David Browning)
11. 여기까지만 feat. Skull (Skull / Skull, 용감한 형제)
12. 환각 (Kush / 거미, Kush)
13. 음악이 끝나기 전에 (이지은, 한상원 / 한상원)
14. 미안해요 Hard Trance remix (Kush / Kush)

프로듀서 : 거미, 양현석
김두완(ddooba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