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소울퀸, 거미가 정규 5집으로 돌아왔다. 2008년 < Comfort > 이후 자그마치 9년 만이다. 긴 공백에도 그동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TV 출연, 콘서트 투어, OST 참여 등 부가활동을 활발히 수행한 덕이다. 그 중, 그의 농익은 발라드 보컬감각을 전면으로 선보였던 드라마 OST 참여가 단연 돋보인다. ‘You are my everything’을 비롯한 OST 곡들을 여럿 히트시키며 최근에는 OST 가수로 더 익숙한 거미. 묻히는 곡이 아까워 정규 앨범 발매에 회의적이라는 인터뷰 전문은 이제는 음악이 음악 자체만으로 소비되기 어려운 가요계의 세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가 꺼내든 이야기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줄곧 이별의 소회를 표출하던 그는 ‘I I yo’를 통해 인생을 되짚는다. 타이틀의 의미는 삶에 대한 사랑. 지난 세월의 역경이 담긴 그의 상흔이 영글은 음악적 내공과 합치하여 감동으로 승화하고 있다. 작가와 화자의 괴리감을 최소화한 보이비의 작가적 역량이 돋보이는 측면이다. 한편, 그 이외의 수록곡에서는 다채로운 기조의 스토리텔링을 풀어놓고 있는데 그 중심에 ‘여성’ 거미로서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남자의 허영을 꼬집는 ‘남자의 정석’이나 여성으로서 스웨그를 뽐내는 ‘키스 이건 팁’과 ‘Room sevice’ 등 이른바 ‘걸크러시’적 매력을 강조하며 여성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탁월히 이어나간다.
이러한 메시지의 기저에는 프로듀서로 나선 길이 존재한다.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그는 힙합과 소울 장르 기반의 흑인음악 감성을 바탕으로 < Stroke >을 주조하고 있다. 약간은 거친 그의 사운드 감촉과 거미의 깊은 보컬이 얼핏 나쁘지 않은 합을 이뤄내는 듯 보이나 둘의 위치선정이 문제를 일으킨다. 보컬과 좀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로파이 음향은 보컬과 거리를 두며 앨범 전반에 이격감을 생성하고, 그러한 불편함이 다소 평이한 멜로디 구성과 맞물려 음악적 성과를 해치고 있다.
-수록곡-
1. Intro
2. 남자의 정석 (Feat. 보이비)
3. I I yo (Intro)
4. I I yo [추천]
5. 키스 이건 팁
6. 그만 말해 (Feat. 치타) [추천]
7. 나갈까
8. Room service
9. Luving u
10. 너와 걸은 거리 (Intro)
11. 너와 걸은 거리 [추천]
12.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