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만 하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하다. 뭔가 소중한 것을 남기고 뒤돌아서야만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져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것임을 알기에 그렇다.
인기가수의 뒤늦은 입대. 그 전에 내놓은 작품. 누가 그 작품의 성격을 예상하더라도 답은 비슷할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예전 작업물들을 정리하는 차원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을까 하는 것 말이다.
맞다.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 편안한 곡조, 달콤한 노랫말 등 어느 것 하나 변함이 없다. 정확히 초반부 네 곡은 그 공식을 철저하게 적용하며 듣는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타이틀곡 '안녕 나의 사랑'은 분명 이별 노래임에도 성시경표 로맨틱 해피무드를 전파한다. 유희열과의 공동작업은 곡의 채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섬세한 가사는 여심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련한 느낌을 주는 편곡이 좋은 '여기 내 맘속에'는 어쩌면 자신을 끝까지 기억해주길 바라는 당부인 것만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솔한 성시경의 고백을 가만히 듣다보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정도다. 내가 그의 팬이었다면 분명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어디에도', '더 아름다워져'의 격렬한 노래부르기는 성시경의 복잡한 심경, 아쉬움을 짐작하게 한다.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는 듯 한 느낌이다.
확실한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는 솔직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 앨범의 미덕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듣기에 편안하다는 말은 칭찬일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얼핏 들으면 같은 곡처럼 들리는 성시경의 자작곡 '잃어버린 것들', '사랑하는 일'은 기존의 발라드들과 구별되지 않는다.
나는 발라드만 하는 가수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스탠더드 팝과 보사노바도 시도해보지만('그대와 춤을', 'Baby you are beautiful') 그다지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다. 조용한 가곡풍의 '소풍'도 특별한 감흥을 선사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진성을 써야 맛이 살 것만 같은 이 곡에서 비성과 가성의 남용은 직접적인 감성으로의 접속을 가로막는다.
살짝 루시드 폴이 연상되는 어쿠스틱 자장가 '당신은 참'을 끝으로 성시경의 고백은 마무리된다. 초반부의 솔직한 감정표출은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확실한 사운드의 변화를 주지 못할 거였다면 차라리 그런 투박함으로 밀고나갔다면 어땠을까. 조금 촌스럽게 보인들 부담스럽게 들린들 어떠한가. 짧지 않은 시간 이별해있을 사람에게 그런 야박한 비난을 할 사람은 없다.
-수록곡-
1. 여기 내 맘속에
2. 어디에도
3. 더 아름다워져 [추천]
4. 안녕 나의 사람 [추천]
5. 잃어버린 것들
6. 그대와 춤을
7. Baby you are beautiful
8. 눈부신 고백
9. 사랑하는 일
10. 소풍
11. 당신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