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와 글을 위해선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너에게’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소녀팬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담긴 노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 절정의 스타가 된 후, 그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아 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팬을 위해 노랫말을 만든 건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그런 남다른 의미를 담았기에 이 노래는 6집 < 울트라맨이야 >에서도 은퇴 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록버전으로 리메이크되어 실렸다. 성시경에게 보낸 자필편지에서 서태지가 밝혔듯이 팬들과의 추억이 많은 노래인 것이다.
사실 그런 각별함 때문에 ‘너에게’를 다른 뮤지션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어색하고도 이색적이다. 부분부분을 뜯어보면 원곡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최대한 원형을 살려서 편곡을 했고, 서태지의 미성도 성시경이 최대한 깨끗하게 살려 거부감을 없앴다. 실제로 드라마‘응답하라 1994’에선 서태지의 목소리와 성시경의 목소리가 오버랩되면서 노래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주체가 바뀌다 보니 메시지나 느낌은 완전히 바뀌었다.‘나’가 바뀌었으니 ‘너’의 대상이 변한 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악기 편성이나, 내레이션이 삽입되는 구성, 창법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전혀 다른 노래로 들린다. 당시를 회상하는 팬의 입장에서만 보면 조금은 '격세지감'과 '서운함'의 소리도 나옴직하다. 그렇지만 서태지는 일찍이, ‘너에게’ 예고했다. “세상은 분명히 변하겠지, 우리(의 생각들)도 달라지겠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