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예능 < 마녀사냥 >으로 '알고 보면 나쁜 남자' 성시경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측면으로 인해 '가식적이다', '성격이 나쁘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던 진통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이는 오히려 그의 커다란 매력이 되었다. 그러한 이미지가 특히나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대척점에 발라드 가수로서 보여주는 부드러운 모습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면모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지만 데뷔 당시 그는 그야말로 순정적인 귀공자의 모습이었다. 2000년, 사이버 가요제 < 뜨악 페스티벌 >에서 김형석의 곡 '내게 오는 길'로 대상을 수상한 성시경은 이듬해 이 앨범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특유의 고운 목소리와 그에 걸맞은 지적인 이미지에 여성들은 열광했고, 성시경은 '발라드의 왕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총 13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은 데뷔작임에도 결코 가볍지 않다. 앨범에는 가요제를 계기로 성시경과 친밀한 연을 맺은 김형석을 비롯해 이현승, 박승화, 양재선, 김진아 등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작사, 작곡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성시경 스스로도 '포용'과 'Show me your love' 두 곡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미소천사'나 '커져버린 사랑'과 같은 빠른 템포의 곡들도 수록되어 있지만 무게는 역시 발라드 곡들에 실려 있다. 중저음대에 특화된 그의 음색은 앨범 전체에 안정감을 부여하며 빛을 발한다. 사실 수록곡들은 발라드의 일반적인 주제인 사랑, 이별, 그리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지만, 유독 편안한 그의 목소리를 통해 마치 나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인 것처럼 전해진다.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던진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뭐다?'라는 질문으로 인해 '모다 시경'이라는 별명까지 낳은 '미소천사'와 수록곡들 가운데 목소리에 가장 힘이 들어가 있는 '커져버린 사랑'은 작은 일탈이다. 첫 번째 곡인 '처음처럼'에서부터 마지막 곡 '내게 오는 길'에 이르기까지,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는 로맨스들은 결국 순정적인 발라드 루키의 탄생으로 수렴된다.
이런 그의 등장은 당시 발라드계로선 반가웠을 일이다.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등을 거치며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발라드는 황금기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내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댄스 음악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1세대 아이돌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조성모, 이수영 등이 겨우 그 맥을 이어갔다. 성시경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하여 2000년대 발라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성시경은 발라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이 앨범에서부터 보여준 부드러움은 자칫하면 지루함이 될 수도 있었지만, 어느 샌가 자리를 잡은 그의 또 다른 이미지와의 상충을 통해 오히려 더 큰 강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쁜 남자'로서 냉소적인 면모까지 보이기도 하지만 노래할 때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없이 따스한 그에게 대중들은 여전히 강한 매력을 느낀다.
-수록곡-
1. 처음처럼 [추천]
2. 포용
3. 내 안의 그녀 [추천]
4. 미소천사
5. 동화(同化)
6. 축복
7. For U [추천]
8. 헤어지던 날
9. 커져버린 사랑
10. Show me your love [추천]
11. 그리움
12.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13. 내게 오는 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