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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e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2009

by 한동윤

2009.01.01

사풍(社風)이라 할 만한 SMP 형식의 가공된 웅장함을 드러내는 노래도 아니고, 어느 정도 춤추기에 적당한 템포를 갖춘 전형적인 틴 팝의 모양새도 아니다. 발랄함은 여전하지만, 전작에 담긴 노래들에 비해 무척 빨라졌다. 'Gee'는 그래서 소녀시대와 팬들에게만큼은 신선하다.


빨라졌다는 것은 속도감 충만한 진행 중에도 훅이나 코러스, 버스(verse), 혹은 다른 어떤 파트에서든지 듣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장치와 요소를 마련해 두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댄스음악의 동향에 맞춰 이 노래도 짧은 마디를 되풀이해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구조로 청취자에게 중독성을 안긴다. 'gee'와 'baby'가 수십 번 넘게 나오니 이 반복을 당해낼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김을 이겨내지 못해 받아들이는 무의식적 중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구성의 유사성으로 원더걸스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노래들과 비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에는 동일한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고 그 외에는 특별한 강조점이 없는 데 반해, 'Gee'는 ‘반짝반짝’, ‘짜릿짜릿’에 덧댄 소리로 밋밋하고 평범해질 흐름을 쇄신한다. 무턱대고 주입만을 행하지는 않는다는 약간의 방증이다.


반복성이 중심이 되는 곡이기에 브리지에 힘을 넣지 않아도 되고 때로는 그것 자체를 아예 빼도 그만이다. 브리지를 넣었지만, 훅과 코러스를 잇는 가교나 클라이맥스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한참 몰아온 분위기를 감속하는, 잠시 숨을 고르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사실 이미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준 상태라서 브리지 없이 그냥 노래를 끝냈어도 큰 상관은 없다. 그러한 연유로 이를 단지 메인 보컬인 태연과 그에 버금가는 제시카를 끌어내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부대설비 정도로만 보이는 게 한편으로는 아쉽다.


10대의 감성과 호흡하기 좋은 풋사랑을 그린 노랫말과 통통 튀는 반주, 이것들의 융합으로 이뤄낸 반복성은 강한 흡인력을 지닌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들어 대중에의 침투성을 높이기 위한 도식화 된 작법이 되고 있음을 상기해 볼 때 또 한 편의 조립식 노래가 나왔다는 느낌을 떨쳐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