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이라는 고심한 캐릭터 설정, 안무에 이름까지 붙여주며 '따라하기'를 우기는 기본방식은 여전히 '변화'의 강박에만 사로잡힌 것 같다. 그런데 그 변화란 것이 비주얼을 가리고 본다면 답보와 작법의 남용뿐이라 심지가 소진된 창작력과 아이디어의 부재만을 여실히 보여 줄뿐이다.
'Gee'의 성공과 '소원을 말해봐', 초기의 'Kissing you', '소녀시대'까지 이미지들의 간극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이 그나마 변화하고 있다는 타이틀 곡은 오히려 '순환'에 가까웠다. '지(Gee)','오(Oh)', '훗(Hoot)'으로 이어지는 수법이 뻔히 보이는 한 글자의 제목이나 후크송의 'Gee'에서 벗어났다고 얘기한 '소원을 말해봐' 조차도 늘 같은 음악의 계속적인 반복이었을 뿐이다. 결국 티저 영상의 뜨거운 관심과 온라인 차트의 선전은 주인공이 지닌 스타성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합금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없는 이펙터와 단순히 멜로디를 쫓아가는 의미 없는 단어들, 많이 불리고 더 많이 플레이되는 데에만 전념하는 곡은 신곡 '훗'에서도 다름없다. 잘 짜진 멜로디 라인, 중요할 때마다 터지는 임팩트 한 방, 복고풍의 기타 사운드는 인상적이지만 기획화된 매번 똑같은 작법 스타일은 그 매력을 삭감한다. BPM이 올라간 곡으로 긴박감을 부여했으니 다른 수록곡에서는 속도를 낮춰 서정성을 보태는 배치('내 잘못이죠'), 록 사운드로 편곡의 변화를 꾀하는 '단짝'도 앨범의 고루함을 타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쯤하면 너무 진부한 스토리다. 가장 세련된 감성과 감각으로 동시대의 트렌드를 투영하고는 있지만 패기와 신선함에서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오로지 속도감과 반복에서만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결국은 작곡가의 이름만을 바꿔가며 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기획과 이제는 쉽게 물릴 수 있는 그들의 보컬 스타일, 소녀들의 무의미한 두터운 코러스라인도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수록곡
1. 훗(Hoot)
2. 내 잘못이죠 (Mistake)
3. 단짝 (My best friend)
4. Wake up
5. 첫눈에...(Snowy w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