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Lion Heart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2015

by 김도헌

2015.08.01

'앞으로도 소녀시대'를 위하여

단언하건대, 8인 소녀시대는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없다. 이미 이 팀은 데뷔 8년 차에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초 장수 그룹이며, 현재 음원 차트 위주의 음악 시장 또한 이런 중견 아이돌에게 호의적이지 못하다. 이제 소녀시대는 현세대를 장악하는 대신 훗날에도 잊히지 않을 거대한 일련의 이미지에 더욱 힘을 쏟는다. 그 잔상은 'Gee'-'소원을 말해봐'-'Oh!'-'Run devil run'-'훗'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국민 걸 그룹'을 향한다.

'The boys'나 'I got a boy'로 이어지는 실험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앨범은 과거의 발랄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면서, 성숙한 소녀로의 실험을 진행했던 일본 활동 콘셉트를 다수 활용한다. 비단 곡을 가져온 'Show girls'를 빼고서라도 < Love & Peace >의 타이틀 싱글 'My oh my'의 콘셉트를 가져온 'Lion heart'부터 'Fire alarm'과 'Green light', 'Check' 같은 곡들은 일본 소녀시대의 역수입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틀은 외부뿐만 아니라 SM 내부에서도 가져올 수 있다. 강한 보컬을 앞세운 트랩 비트의 댄스곡 'You think', 그루비한 R&B 스타일의 'Check',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예감'은 엑소나 슈퍼주니어가 부른다 해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을 곡이다. 실제로 예시 격이었던 'Catch me if you can'이나 'You think'의 퍼포먼스는 과거 'Run devil run'이나 '훗'보다는 '으르렁', 'Mamacita'에 가깝다. SM 거대 그룹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새로이 활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재구조화는 성숙한 포스트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무리 없이 갖출 뿐만 아니라 곡의 퀼리티까지 높여주는 반사 이익을 불러온다. < The Boys > 이후 계속되었던 실험 대 이미지의 외줄 위에서 내려와 '모두의 소녀시대'였던 범 대중성을 탑재하니, 무리 없이 대중적인 웰메이드 팝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성공적인 자가발전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메간 트레이너로부터 촉발된 복고풍 댄스를 가져온 'Lion heart'부터가 부재했던 멜로디를 다시 찾은 모습이며, 펑키한 기타 리프가 중심을 잡는 'Green light'와 명료한 구성을 중독적인 훅으로 커버하는 'Fire alarm', 성숙해진 '캬라멜 커피' 같은 라틴 풍 어쿠스틱 스타일의 '어떤 오후'등 들을 만한 곡의 증가는 분명 반갑다. 특히 소녀시대 태티서가 모(母) 그룹에도 유효함을 보이는 'Talk talk', 에프엑스에게 갔어도 무방했을 짙은 신스 팝 'Sign'은 고평가되어야 할 트랙이다.

과거와 같은 힘을 누릴 순 없어도 앨범은 < The Boys >와 더불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신(新) 소녀시대의 모습은 충성을 맹세해온 팬덤, 어렴풋이라도 그들과 함께 살아온 이들 모두에게 의식 속의 인상을 자극한다. 'Lion heart'의 우아한 퍼포먼스가 상징하는 것은 여전히 세대에 깊이 남아있는, 21세기 최고의 인기 걸 그룹 소녀시대의 영향력이다. 뒤로 한발짝 물러났고, 눈에 보이는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그 아우라는 무시할 수 없다.

'제1 소녀시대'가 '지금은 소녀시대'였다면, '제2 소녀시대'는 '앞으로도 소녀시대'를 위한, 장수 그룹으로의 행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소녀시대'를 향해 가는 시작이 바로 < Lion Heart >다. 실험과 도전 끝에 찾아낸 열쇠는 진보가 아니라 역사 속에 있었다.

-수록곡-
1. Lion heart [추천]
2. You think
3. Party
4. 어떤 오후 (One afternoon) [추천]
5. Show girls
6. Fire alarm
7. Talk talk [추천]
8. Green light
9. Paradise [추천]
10. Check
11. Sign [추천]
12. 예감 (Bump it)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