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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Mr.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2014

by 김도헌

2014.03.01

< I Got A Boy >의 충격은 단순한 팬덤 내부의 '깜짝 멘붕'이 아니었다. 전체 대중의 범위에서 노래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며 이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라 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는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거대했던 파급력은 기존 소녀시대에 내려졌던 단순한 '아이돌 그룹'의 정의가 전면 수정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이제 그들은 일반적인 아이돌이 아닌 전 대중을 아우르는 거대한 '국민 걸그룹'이다. 'I got a boy'의 실수는 힘을 가진 상황에서 별도의 음악적 캐릭터를 따로 부여하거나 마니아층을 공략하려는 욕심이었고, 이것이 오히려 익숙함을 깨트리며 전체적인 난해함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소녀시대에 대한 기획은 이제 보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하여 전 대중을 아울러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았다.

'I got a boy'가 벌려놓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이번 활동 전체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음악성과 대중성 양쪽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췄다고 평가되는 < The Boys >의 방식을 다시 꺼냈다. 해외 작곡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일정 영역에서의 새로움은 추구하면서도 그 구조나 멜로디는 단순하다는 점, 제목에서나 가사에서나 여러 모로 'The boys'와 유사한 'Mr. Mr'는 제쳐두고서라도 하나의 일정한 틀 안에서 소소한 변주를 통해 들을만한 트랙을 담는 구성까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는 안정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이것이 멀어진 여론을 다시 돌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The boys'에서 강렬함만 뺀 'Mr. Mr'의 응원은 단조로움을 먼저 떠올리게 하며 모호한 콘셉트 또한 진짜 의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타 수록곡들도 감상에 큰 방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써 찾아 들을 정도의 흡인력은 없다. 단출한 구성의 'Goodbye'나 신비로운 '유로파 (Europa)'는 국내 가요에서 느낄 수 없는 생소한 팝적 감각을 담고 있지만 임팩트의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마지막 반전 형식으로 넣은 'Soul' 또한 역부족이니 '범작'은 될 수 있어도 '수작'은 될 수 없다.

소녀시대의 딜레마는 좋든 싫든 이제 '국민 걸그룹'이라는 이름하에 활동을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데뷔 7년차면 이제 보여줄 만한 것은 다 보여준 셈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자니 굳혀진 이미지가 너무나 크게 길을 가로막고 있다. 어느덧 멤버들도 '소녀'가 아닌 상황이다. 그룹의 현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지향을 분명히 하고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더욱 긴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할 것이다. 해답을 찾는 것은 그들 자신의 몫이다. 다만 그 해답이 'Mr. Mr.'는 아니다.

-수록곡-
1. Mr.Mr.
2. Goodbye [추천]
3. 유로파 (Europa) [추천]
4. Wait a minute
5. 백허그 (Back Hug)
6. Soul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