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팀만 나와도 주목받는 시대가 있었지만, 걸 그룹이 포화 상태인 지금은 팀만의 개성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전쟁터에서 카라(Kara)의 전략은 기존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한순간에 사람들의 귀를 훔칠 수 있는 후크를 만들고, 그 흥을 배로 돋우는 안무도 개발하여 부지런히 보여준다. 그 결과 'Rock u'로 활동한 < 1st Mini Album >(2008)의 시작은 미진하였으나, '미스터', 'Wanna'로 인기몰이한 < Revolution >(2009)의 흥행은 카라의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다.
세 번째 미니 앨범 < Lupin >도 그 방법을 충실히 이으려 한다. 단, 보이시한 모양새를 전면에 내세우며 섹시 이미지의 발판을 세웠다는 것이 전작과의 차별점. 빠르게 끊어 잇는 오프닝 멜로디와 전투적 표현의 가사로 주도한 '루팡(Lupin)'은 여성 전사의 기운을 일구려 한다.
그렇다고 소녀의 모습을 포기한 건 아니다. 후속곡으로 낙점된 'Umbrella'의 귀여운 후렴과 앙증맞은 배 긁기 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루팡(Lupin)' 실패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놨다. 의상마저도 철저히 큐티(Cutie) 방향으로 잡으며 성실히 준비한 기획을 살필 수 있다.
물론 그룹의 탄생 목적이 '보여주는 음악'에 초점을 둔 탓에, 춤과 의상의 쏟아 붇는 노력이 음악으로 충분히 전이되지 않은 느낌이다. 매번 집중을 가한 후크 부분에서도 < Lupin >의 수록곡들은 '미스터'만큼의 맵시를 찾기 어렵다. 데뷔 앨범 < Bloooooming >(2007)부터 이들의 음악을 담당했던 작곡가 한상원이 쓴 'Rollin''만이 유연하게 후크를 날리지만, 파괴력은 < Revolution >과 비교해 미약하다.
시장 전략에 휩쓸려 음악을 만들다 보니, 기본적으로 신경 써야 할 노래에서 가수의 존재감이 쉽게 와 닿질 않는다. 음반을 제작했지만, 청각보다 시각의 효과를 더 노리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그룹을 각인시켜줄 승부처는 음악이 아닌, 유행 안무인 것이다. 얌전해진 후크와 불안한 '루팡(Lupin)' 이미지 사이로 카라가 기댈 수 있는 보험은 배 긁기 춤이다.
-수록곡-
1. Tasty love (작사: 한재호, 김승수, 송수윤 / 작곡: 한채호, 김승수)
2. 루팡(Lupin) (한재호, 김승수, 송수윤 / 한채호, 김승수)
3. Umbrella (한재호, 김승수, 송수윤 / 한채호, 김승수) [추천]
4. Rollin' (한상원 / 한상원)
5. Lonely (한재호, 김승수, 송수윤 / 이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