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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카라(KARA)
2011

by 황선업

2011.09.01

일반적인 걸그룹과는 달리 이들의 성장통은 각별했다. 데뷔작의 부진과 메인 보컬이었던 김성희의 탈퇴, 기약 없는 오랜 공백 등이 겹치며 슬슬 DSP의 헤게모니는 뒤이어 나올 레인보우에게 집중되는 듯 했다. 그러던 9회말 투아웃의 위기 상황에서 새로 투입된 구하라, 강지영의 만루홈런과 '믿을맨' 스윗튠즈의 완벽한 세이브는 여느 스포츠에서도 보기 힘든 역전 상황을 만들어 냈다. '실패 아이돌'이 '스타'의 직함을 달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역경극복드라마는 그 팬덤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일등 공신이었다. 아이러니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이러한 실패와 아픔이 있었기에 그들의 열정이 의심받지 않을 수 있었고, 개개인의 실력은 분명 열세였음에도 그룹으로서의 그림을 강조하는 것이 허락되며 고스란히 장점으로 승화되었다. 그렇게 '생계돌'은 정상의 위치를 다지는가 싶었다.

문제는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올해 있었던 소속사와의 분쟁은 많은 희생을 가지고 왔고, 멤버들은 한순간에 꼭두각시 내지는 이익만을 챙기는 욕심쟁이가 되어버렸다. 누구보다 그룹을 아껴온 것처럼 행동한 그들이 현실 앞에 냉정히 등을 돌리는 모습은 팬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긴 균열은 사건이 좋게 마무리 되었음에도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컴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였다.

이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은 역시나 '노래'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복귀작으로 정규작을 택한 것은 다소 길었던 휴식기간을 메움과 동시에 음악으로 어느 정도 대중의 마음을 달래려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을 명시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대중의 실망을 누그러뜨릴 만큼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냐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확실히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는 인상을 준다.

타이틀인 'Step'만큼은 확실한 한방이다. 한재호, 김승수 콤비는 여전히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며 최고의 조력자로 든든히 뒤를 받쳐준다. 신스 팝의 얼개에 넘실대는 기타와 베이스라인, 풍성한 코러스를 얹어 세련된 이미지로의 변화를 굳혔다. 'Lupin'의 노선을 타며 반복 구절을 통한 자극보다는 정석적인 운용을 노렸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라면 특징. 반면 'Wanna'나 'Jumping'과 같은 스타일을 노린 'Rider'는 'Step'의 색감과 강렬함을 이어받으며 원투 펀치로서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낸다.

< Lupin >(2010)에서 선보였던 'Umbrella'가 떠오르는 캔디팝 'Strawberry', 전형적 후크송 '따라와' 등도 대중성을 확보하며 괜찮은 댄스튠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좋다'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구성이 빈약하다느니 하는 뻔한 말 대신 EP < Pretty Girl >(2008)에 실려 있던 곡을 재편곡해 수록한 '나는(...ing)(Acoustic ver.)'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싶다. 스스로 엠알(MR)제거를 자청한 듯 기본적인 사운드만 깔아 놓은 채 흘러나오는 멤버들의 '생목'은 마치 노래방에 와있는 것 마냥 전혀 프로의 느낌을 주지 못하는 탓이다. 다른 곡들도 악기소리에 가려 가수로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카라라는 이름을 걸어놓고서 정작 자신들은 조연으로 밀려났으니, 아무리 노래가 좋을지언정 높은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정리하자면 30여분간의 러닝 타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좋은 팝 앨범이기도 한 동시에, 듣다보면 '그래, 너희가 차마 흩어질 수는 없었겠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들도 이 정도로는 차갑게 식은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 일찌감치 3주간의 활동 후 당분간 일본에 집중하겠다고 단언했다. 이 본진 바꾸기가 과연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이들의 굴곡 많은 연예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수록곡-
1. Ey! Oh!(Intro)
2. Step [추천]
3. Rider [추천]
4. Strawberry
5. 따라와
6. Date(My boy)
7. 나는(...ing)(Acoustic ver.)
8. Kara 4 U(Outro)
9. Step(Inst.)
10. 내 마음을 담아서(Dear Kamilia)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