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튠의 곡이라면 믿고 들어도 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릴 만큼, 이제 한재호-김승수 콤비는 항상 평균 이상의 멜로디를 기대하게 하는 신뢰감 있는 작곡자의 위치에 올랐다. 레인보우의 곡들에서도, 카라의 히트곡들에서도 느껴지던 것은 이들이 1980년대 감성의 신스팝 사운드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리듬의 영역에서도 일가견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Pandora’ 역시 마찬가지, 중심 기조는 신스 사운드이지만 군데군데 밴드 사운드를 강조하며 리듬 파트에서 귀를 떼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멜로디는 국내 팬들에게 100% 어필할 수 있는 선율이라기보다는 열도의 취향에 더 부합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화면에 이 곡을 합성한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강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일면 설명이 가능할 듯싶다.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포탈 검색창에 ‘카라 판도라 애니’를 타이핑해보도록 하자.) 멜로딕하지만 매니악한 요소가 분명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기존 카라의 곡과 달리 이번 곡이 가지는 차별점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으며, 이들의 일본 시장 고려 정도를 읽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카라의 주 무대는 이제 국내뿐만이 아니다. 아마 앞으로의 행보 역시 국내의 취향과 일본의 취향을 동시에 가져가지 않을까. 이전까지 일본에서의 성공이 얻어걸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면, ‘Pandora’는 그에 대해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한 싱글로 다가온다. 지금의 시운(時運)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