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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Bloom
카라(KARA)
2013

by 황선업

2013.09.01

일단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타이틀 곡 '숙녀가 못 돼'에서 스윗튠은 우회로를 탄다. 전매특허와도 같은 그루브감 충만한 비트를 물러놓고 1절이 끝나가기까지 강렬한 디스토션 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Jumping', 'Step', 'Pandora'로 누적되어 온 기시감을 잠시나마 떨쳐버리려 한 의도의 투영이다. 이에서 비롯되는 기대감은 그러나 후렴에서 예상치 안으로 수렴되어 버리고 만다. 완성도 면에서 트집을 잡을만한 곳은 특별히 없지만, 어쩐지 그 매력이 예전만 못한 듯한 느낌은 변화가 일정한 범위 내에 머물며 그간 보여온 것과는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발현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앨범 자체의 준수한 품질과 별개로 이는 작품이 거듭될수록 부각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바로 예상한 만큼을 이들은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 그도 그런 것이 이들의 프로모션은 자그마치 햇수로 6년 동안 같은 작곡가의 노래들로 행해져 왔으며, 스윗튠의 특성 상 기본 베이스가 크게 다르지 않은 곡들이 주를 이뤄왔다. 대중들의 피로감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여왔을 터. 남장여자라는 콘셉트, 비중이 커진 리얼 세션을 리듬파트와 타이트하게 연결시켜 완성시킨 스피디한 팝튠의 결합은 여전히 인상적인 3분여의 시간을 보장하지만, 씨스타의 '나혼자'나 소녀시대의 'I got a boy'와 같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는) 충격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것이 카라에게 맞는 옷이라 할지라도, 그 고착화는 분명 상당부분 진행되어 진부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이들을 받치고 있는 '생계돌'에서 비롯된 스토리의 힘도 조금씩 옅어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스윗튠이 배제된 나머지 트랙들의 만듦새가 준수하다는 것은 하나의 실마리로 작용한다. 특히나 '둘 중에 하나'는 러닝 타임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섬세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투박한 스네어가 맞물리며 표출되는 이별에 대한 상반된 감정은 전까지는 분명 보지 못했던 반가운 생경함이다. 'In the game'을 통해서는 씨비 매스(CB Mass)의 '진짜'에 샘플링되기도 했던 셰릴 린(Cheryl Linn)의 'Got to be real'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반주에도 곧잘 적응하는 비약적인 보컬의 발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특징을 잘 살려낸 박규리의 음색은 비교적 무난한 텐션으로 이어지는 러닝타임의 지루함을 막아주는 방지턱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역시 펑키한 사운드를 소스로 삼은 '2night'에서도 그 지분은 크게 다가온다. 전면으로 내세운 보이스 컬러가 사실상 곡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덕분이다, 이처럼 다른 도랑에서 끌어온 물줄기를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숙녀가 못 돼'라는 안정적인 선택을 취한 것은 안일함 보다는 긴 공백에 의한 위기의식의 여파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 힘든 시기를 거쳐 결속력이 강해졌다 하더라도, 팀의 생명력이 연장되는 것은 결국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제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노출하는 작품이다. 프로모션 자체는 기존 스타일을 약간 변형하는 것에 그쳐 답습의 불씨를 피워냈지만, 이를 지나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여태껏 만나보지 못했던 다섯 소녀의 또 다른 이미지가 한 가득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정규작인 < Step >(2011)에 비하면 멤버들의 능력치 자체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극복해야 할 것은 이미 깊게 뿌리 내려 버린 규격화다. 몇 년씩 반복되는 카라식 스탠다드로는 예전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다. 성장통을 거쳐 날개를 달았으니 이제는 그동안 쌓았던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아 몸을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다. 훨훨 날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희생이 요구되는 법.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고민의 시기가 재봉착했다.

-수록곡-
1. 둘 중에 하나(Runaway) [추천]
2. 숙녀가 못 돼(Damaged Lady)
3. 1+1
4. In the game [추천]
5. Follow me
6. Smoothie
7. 2night [추천]
8. 둘 중에 하나(Runaway)(Inst.)
9. 숙녀가 못 돼(Damaged Lady)(Inst.)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