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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ora
카라(KARA)
2012

by 황선업

2012.09.01

리얼리티가 미디어를 점령한 시점에서 개개인의 스토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실력 그 자체가 아닌, 이를 뒷받침할만한 사연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해 왔다. 이러한 각도에서 본다면 카라는 아주 이야깃거리가 많은 그룹이다. 1집의 실패와 이어진 멤버의 탈퇴, 두 멤버와 작곡가 집단 스윗튠을 맞아들이며 기적적으로 일궈 낸 성공과 이를 누리기도 전에 불거진 분쟁. 이 연대기를 쫓으며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들의 파란만장한 성장과정이었다.

처음에는 마냥 부족해보이던 아이들이 점차 커가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고, 팬으로서의 흐뭇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에이케이비48(AKB48)과 같은 일본식 아이돌의 노선과 상당부분 겹쳐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캐릭터의 팀이 국내에는 없다는 점과, 해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 고조와 해결과정에서의 위기감이 상당했다는 점, 음악과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 등이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했음을 그간의 행적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활동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와 같은 흐름을 보여 왔던 탓인지, 이번 EP는 음악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위기를 극복하고 잠시 침체되어 있던 팀워크를 끌어올린 한 장이라는 감상평이 앞선다. < Step >(2011)까지만 해도 불편하게 느껴졌던 5명의 실루엣은 확실히 그때만큼의 어색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여러 사건들을 거치며 팀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높아졌다고 할까. 여기에 이미 검증 절차를 끝낸 스윗튠의 곡이 장착되며 다시금 정상으로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Pandora'는 문자 그대로 '한재호, 김승수의 작품'이다. 트레이드마크인 그루브한 베이스라인을 토대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악기 구성과 상승일조의 멜로디 라인이 합쳐지며 아껴두었다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군계일학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나 촘촘히 쌓인 사운드를 후렴의 시작과 함께 분산시킨 뒤 진공 상태를 메우듯 탄력 있게 치고 나가는 부분이 압권. 연속되는 작업으로 한번쯤 페이스가 떨어질 법도 하건만, 이쯤 되면 자신들을 스타 작곡가 군단으로 만들어 준 은혜를 갚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그 밖에 잘게 쪼갠 비트위에 오케스트레이션 편성을 살포시 얹어 연인에 대한 절실함을 유려하게 풀어낸 'Way', 'Umbrella'와 'Strawberry'처럼 귀여움을 특화시킨 'Idiot', 색다른 재미를 주는 브로드웨이 튠 '그리운 날에'가 이어지며 군더더기 없는 준수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이지만, 특별한 무리수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갈고 닦아 충실하게 러닝타임을 채웠다는 점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다.

이처럼 카라는 음악만으로는 확실히 설명하기가 힘든 아이돌 그룹이다. 겪어온 일들의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고, 그 상황에서의 마음을 짐작해보며 잘되었으면 좋겠고, 다음엔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신도 모르게 가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우연도 겹쳐있긴 하지만, 이미 완성품에 가까운 상태로 데뷔하는 타 그룹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들을 솔직히 드러내고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려움을 정면으로 부딪쳐 얻어낸 경험치로 만들어낸 성공적인 컴백작. 흔히들 끝물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데뷔 6년차에, 그들은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수록곡-
1. Way
2. Pandora [추천]
3. Idiot
4. 그리운 날에(Miss U)
5. Pandora(Inst.)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