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usher love girl
별점: 4
팝 음악의 매력은 직관성에 있다. 처음 듣고도 흥얼거리게 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멜로디라인은 팝 음악이 갖는 분명한 미덕이다. 라디오 친화적인 적당한 길이 또한 당연시되곤 한다. ‘Sexy back’의 주인공, 팀버레이크의 신보 첫 포문은 그것을 완벽하게 역행한다. 앨범 첫 곡에서 들리는 8분 동안의 필라델피아 소울과 힙합의 콜라주는 최근 유행중인 피비알앤비(PBR&B) 스타일을 연상케 하며, 앨범이 ‘작정을 하고’ 만든 작품임을 함께 암시하고 있다. 앨범단위 감상이 쉬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인 동시에, 자신이 더 이상 과거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새로운 출사표다. 팀버레이크는 더 이상 팝 가수가 아니다. 신곡은 대중에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
2. Suit & tie
별점 : 3.5
비정상적인 곡들 사이에 껴있는 가장 정상적인 곡이다. 다른 노래들이 7분이나 8분선에서 러닝 타임을 끊는 반면, ‘Suit & tie’는 5분대의 시간에서 압축적으로 선보이는 트랙이다. 더불어 곡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곡들이 다른 두 사운드를 순차적으로 이어 붙이며 끝낸 것과는 달리, 싱글은 그루브로 빚은 흡인력 강한 초반의 라인을 말미에 복귀시켜 수미상관으로 마무리했다. 안정감을 꾀하려는 의도였을까. 길이는 짧지 않으나 일반적인 구조를 취해 곡을 풀어냈으며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힙합 컬러를 구축해 킬링 트랙을 완성했다. 독특한 사운드들을 결합시키겠다는 아티스트의 테마와 대중의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Suit & tie’는 주목해야할 곡이다.
이수호(howard19@naver.com)
3. Don't hold the wall 별점: 3.5 회심의 ‘Suit & Tie'를 들었으니 적당히 한 숨 돌리고 싶은가? 천만에, 여기서부터는 새로운 긴장의 시작이다. 아카펠라로 문을 열어 다채로운 리듬악기로 이어지는 사운드는 앨범의 어떤 곡보다 이질적이다. 풀벌레 소리, 낯선 중동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간드러진 여성보컬 등 화려한 샘플링으로 곡은 한층 분위기를 잡아가고 그 와중에도 과감한 반복은 계속된다. 몇 분 덜어내어도 충분히 즐거웠을 곡을 멈추지 않고 굳이 늘인 이유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그런 억지조차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수렴이 될 듯하다. ‘적당한 타협’을 내던진 고집이 거칠게 숨 쉬는 트랙.
조아름(curtzzo@naver.com)
4. Strawberry bubblegum
별점: 3.5
본인의 매력을 아는 것만큼 위험한 남자는 없다. 곡을 접한 여성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다소 무겁게 전개되는 앨범 사이에 가장 중량감을 낮춘 곡이다. 사랑과 동반되는 설렘맛,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찌릿한 맛, 고통을 잊게하는 몽롱한 맛 까지 고루 녹였다. 반복되는 단어 'Mellow'는 귀 사이를 달콤하게 오가고 간주의 껌이 터지는 듯 연출한 타악기도 재밌다. 음악을 통해 심상을 그리게 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괜한 허세가 아니었다.
김반야(10_ban@naver.com)
5. Tunnel vision
별점 : 3
다른 수록곡보다 변화무쌍하진 않다. 허나 추상적인 흐름 속에서도 여유를 타는 저스틴의 보컬은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오케스트라와의 융합으로 세련미 또한 갖췄다. 장기간의 휴식기에 대한 아쉬움은 충분히 보상하고 남는 퀄리티다. 언제나 새로움을 찾는 대중들의 기대충족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곡이다.
허보영(stylishb@hanmail.net)
6. Spaceship coupe
별점 : 3
앨범 전체에 걸친 변칙과 반복의 작법을 여섯 번째 트랙에서는 일렉트릭 효과와 소울의 멜로디로 풀었다. 묵직한 비트 위를 미끄럽게 유영하는 팔세토 창법으로 그만의 서정 발라드를 구현했고, 7분 넘게 진행되는 곡의 가운데 부분을 가로지르는 일렉 기타의 침범도 이질감 없이 섞였다. 그러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후반부의 늘어짐은 반복의 미학을 보여 주기보다는 지루한 덧붙이기로 마감돼 버렸다. 거대한 페이드아웃으로 보더라도 그 연출이 독특한 인상을 남기지 않고 밋밋함만 더한다.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7. That girl
별점 : 3.5
한 트랙, 한 트랙에 무게를 두며 바쁘게 달려온 앨범의 흐름에 쉼표를 찍는 곡이다. 섹시한데 귀엽고 달달하기 까지한 이 남자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이런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부담 없이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사랑스러운 가사를 통해 대표곡 'Sexyback'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성팬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여기에 과도한 힘을 쓰는 일 없이 적당한 기교와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보컬이 더해져 낭만적인 곡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원숙한 '로맨틱 가이'로서의 면모를 내보이며 거부할 수 없는 매력남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굳건히 했다.
위수지(sujiism@naver.com)
8. Let the groove get in
별점: 3.5
끝에서 세 번째 곡 ‘Let the groove get in’은 3번 트랙 ‘Don't hold the wall’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두 곡의 공통점은 월드뮤직. 후방에선 아프리카부르키나파소의 리듬을 차용해 원시적인 그루브를 담아냈다. 아슬아슬하게 멜로디를 타는 가성에 싫증날 쯤, 힘 있는 진성과 래핑은 곡의 속도감과 타격감을 효과적으로 안배하며 노래의 활력까지 회복시켜준다.
김근호(ghook0406@hanmail.net)
9. Mirrors
별점 : 3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솔로 데뷔앨범 < Justified >에 어울릴만한 ‘Suit & tie’를 첫 싱글로 커트한 것은 상업적인 결단이었다. 두 번째 싱글로 발표한 ‘Mirrors’의 선택은 모험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다.
‘Mirrors’는 맥스웰의 ‘Pretty wings’와 유사하다. 영국의 싱어 송라이터 케이트 부시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This woman's work’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Pretty wings’는 대중을 위한 노래도 아니었고 당시 음악계의 트렌트를 적극 수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유행을 역행하는 곡이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세 번째 앨범 < 20/20 Experience > 역시 7년 만의 작품이며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Mirrors’도 ‘Pretty wings’처럼 여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Mirrors’의 모티브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부인 제시카 비엘.
알앤비 싱어 니요와 블랙 아이드 피스의 ‘Just can't get enough’의 감성을 덧입힌 8분짜리 대곡 ‘Mirrors’는 1집 수록곡 ‘Cry me a river’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가성을 줄여 비교적 편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음악성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과 사람들의 관심을 놓치고 싶지 않은 대중성을 동시에 노린 ‘Mirrors’가 영국 싱글차트 정상에 올라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뤘다.
소승근(gicsucks@hanmail.net)
10. Blue ocean floor
별점: 3.5
1960년대 복고풍 소울, 현대적 일렉트로 R&B, 라틴 뮤직까지. 아티스트로의 정체성을 확장하기 위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음악적 실험은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Blue Ocean Floor' 에서 절정에 달한다. 부유하는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간간히 뿌려진 퍼커션 소리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후기 음악이나 피비알앤비, 앰비언트 등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수려한 멜로디라인과 아름다운 노랫말 (나의 붉은 눈이 널 볼 수 없게 된다면/하얀 소음 속에서 너를 들을 수 없다면/너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파란 바다 층으로 보내줘)을 통해 음악적 성취 뿐 아니라 대중들의 지지까지도 얻어내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음악적 이해도와 가치관이 정확히 1.0/1.0 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마지막 키 트랙이다.
김도헌(foerver36@naver.com)
11. Dress on
별점 : 2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짝패 팀벌랜드(Timbaland)가 프로듀싱은 물론 피처링까지 참여한 두 트랙이 딜럭스 버전에만 수록되었다. 단순한 얹어주기 식이 아닌, 돈을 더 지불해야 누릴 수 있는 보너스다. 싱글 아티스트에서 벗어나 앨범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욕심은 스탠다드 버전 밖에서도 드러난다. ‘Blue ocean floor’로 쳐진 템포를 살리는 동시에 ‘Body count’의 빠른 비트로 이어지도록 ‘Dress on’을 구성했다. 육중한 베이스와 사람을 홀리는 듯한 멜로디 플로우로 시작해 비트박스 변주로 마무리한다. 중간에 배치한 팀벌랜드의 랩과 비트박스는 곡의 지루함을 지우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이미 언급한 비트박스 외에도 반복되는 숨소리와 코러스 또한 높은 센스.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타이틀곡 ‘Body count’로 향하는 길을 완벽하게 포장해놓았다.
전민석(lego93@naver.com)
12. Body count
별점 : 3.5
앨범에서 보너스 트랙은 보통 번외경기다. 이 경기에서만큼은 자신이 고수한 스타일을 반복할 수 있고 번복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Body count'는 묘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곡 분위기는 앨범의 다른 트랙들이 가진 결을 유지하지만 비트를 변화시키고 다른 소스들을 섞어놓는 이 앨범 특유의 스타일은 사라졌다.
곡은 하나의 주제를 시종일관 짧고 굵게 가져간다. 그래서 다른 곡들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다. 보너스 트랙으로 앨범이 갖는 일관성을 깨는 대신, 묘한 상보관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길고 섬세한 실험이 끝을 맺는다.
이기선 (tomatoapple@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