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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20/20 Experience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2013

by 김근호

2013.03.01

단 두장의 정규 음반만이 솔로 가수 저스틴 팀벌레이크를 설명하지만 그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1집 < Justified >를 통해선 소년에서 청년, 아이돌 그룹에서 독자적인 솔로 가수로의 성장을 입증했고, 2집 < Futuresex/Lovesound >에선 성체의 남자 뮤지션이 되어 팝의 새로운 지류를 열었다. 모든 음반에 정신적, 음악적 성숙을 담아낸 그는 대중으로부터 단 한 번도 아웃을 당하지 않은 무적 타율의 뮤지션이다.

그렇기에 장장 7년 만에 발표된 3집 < The 20/20 Experience >에 대해 누구도 쉽게 실패를 점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오랜 부재가 쌓은 높은 기대치와 전성기를 외도로 매몰시켰다는 비판을 호쾌하게 담장 너머로 날렸다. 정적을 깬 복귀는 또 다시 자전적, 음악적 전환을 선사한다.

제이-지의 든든한 래핑 지원이 담긴 첫 번째 싱글 'Suit & tie'는 터닝 포인트의 맥을 잡아준다. 넘실거리는 그루브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가성은 지난 세기의 소울이었으며 이는 흑백 모노톤의 뮤직 비디오에서 영상화됐다. 또한 뒤를 이은 싱글도 부드러운 미디엄 템포의 소울 넘버 'Mirrors'였다. 싱글을 통해 선포하고자한 < The 20/20 Experience >의 대주제(大主題)는 1960년대 정통 소울인 것이다.

하지만 음악의 연출법은 과거로의 회기보단 미래지향적이다. 미리 공개된 두 곡에서 엿볼 수 있듯 러닝타임이 길다. 이는 1970년대 아트록의 변칙성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변주와 다양한 코드워크를 빌려 평균 7분의 대곡들을 만든 '아트 알엔비'는 '아트 힙합'의 창시자 카니예 웨스트의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와 유사성을 띈다. 힙합의 미래를 제시한 이 작품의 충격파를 일부 차용해 소울의 뉴 스타일을 정립하려는 의도이다. 동시에 싱글 히트의 효과를 누리던 팝 스타의 모습을 버리고 아티스트의 작가적 자세로 평가받기 원하는 포부이기도 하다.

또한 사운드는 21세기형 알엔비로 떠오른 피비알엔비(PBR&B)를 취하고 있다. 더 위켄드와 프랭크 오션, 미구엘 등의 뮤지션이 선보인 이 음악은 컨템포러리 알앤비와 전자 음향의 앤비언트를 교배시켜 몽환적이고 절제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Spaceship coupe'에선 이 형식을 통해 우주적인 공간감을 제조하며 프린스 풍의 블루지한 기타 솔로를 부각시키는 다각적인 효과까지 낳았다. 여기에 'Blue ocean floor'의 부유감은 입체적인 마무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간 소울의 대세를 주도하던 복고적인 레트로 소울과는 분명 상반된 전면(前面)의 방향성을 지녔다.

저스틴 팀벌레이크는 피비알엔비의 공감각적인 사운드를 시각화로 명명하며 그만의 각본을 끝맺었다. 정상적인 시력을 나타내는 '20/20' 수치를 앨범 타이틀에 삽입하고 커버 사진을 시력측정기로 정면을 응시하는 자신의 사진으로 낙점하며 개연성을 높였다. 'Strawberry bubblegum'과 'Tunnel vision'은 그 시각적 향연을 체험하기 적합한 곡이다.

한편 선구적인 트렌드를 유려하게 자기화 시키면서 월드 뮤직으로 다양성의 범위를 넓히는 부지런함까지 보인다. 음반의 상단과 하단의 세 번째에 위치한 'Don't hold the wall'과 'Let the groove get in'은 수미상관의 형식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방에선 인도풍의 음향 효과를 통해 몽환적인 무드를 냈으며 후방에선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리듬을 차용하여 투박하게 박자를 두드린다. 구사할 수 있는 검은 음악을 모두 채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부화로 인해 자칫 해괴망측한 음반이 됐을 수도 있었지만 동조자 팀버랜드와의 호흡이 여기서 발휘된다. 노련한 협력은 음악의 맵시를 깔끔하게 마름질했으며 신성 작곡가 제롬 하몬과 제임스 폰틀로이의 가세는 안정성까지 도모했다. 매력적인 콜라주의 일등공신이다.

< The 20/20 Experience >는 2012년 여름부터 작업한 음반이다. 긴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짧은 준비기간은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시류를 포착하고 무의식적으로 밑그림을 그려왔음을 보여준다. 원할 때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자유로운 창작욕은 그렇게 이번 음반에서도 높은 결정력으로 재차 발현되며 7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함이 아닌 풍성함으로 채웠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무결점 디스코그래피가 < The 20/20 Experience >에서도 무난히 연장된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남길 족적은 단순한 스타일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작품의 형식미, 거리와 부피를 동시에 늘려놓은 소리공법 그리고 30대의 중후함이 묻어있는 숙성된 보컬은 흑인 음악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시간의 흐름에 잠시 망각했던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존재감이 육중하게 다가온다.

-수록곡-
1. Pusher love girl
2. Suit & tie
3. Don't hold the wall [추천]
4. Strawberry bubblegum [추천]
5. Tunnel vision
6. Spaceship coupe
7. That girl [추천]
8. Let the groove get in
9. Mirrors [추천]
10. Blue ocean floor [추천]
김근호(ghook040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