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라기엔 인상이 다르고, 야심 찬 귀환이라기엔 야성이 부족하다. 전성기를 지나 베테랑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팝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복귀작 < Everything I Thought It Was >는 전성기를 답습하지도, 젊은이들의 것을 억지로 꺼내입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인상이 흐릿하다. 예전의 향수도, 신선한 자극도 없다.
전작 < Man Of The Woods >는 당황스러운 점이 많았을지언정 분명한 색채가 있었다. 기존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컨트리의 요소를 적극 껴안으며 'Filthy', ‘Say something’ 등 히트 싱글까지 얻어냈으니 마냥 실패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물론 이질감에 놀란 평단과 리스너들의 혹평 역시 동시에 끌어안긴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실패를 크게 체감한 것일까, 그에 비해 이번 < Everything I Thought It Was >의 채도는 터무니없이 낮다. 다양한 트렌드를 수용하긴 하지만 21세기를 대표하는 엔터테이너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낙폭이 작고 각 트랙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희미하다. ‘No angels’의 누 디스코도, ‘Selfish’의 미니멀한 알앤비도, 아프로 스타 파이어보이 DML(Fireboy DML)과 함께한 아프로비츠 ‘Liar’도 모두 이렇다 할 사운드적 쾌감 없이 평이하게 이어진다. 목 넘김이 비교적 무난하다는 것은 장점이겠으나 감칠맛이 현저히 부족하기에 식욕이 저하된다.
77분에 달하는 장대한 러닝타임은 이 모호함을 치명적인 문제로 발전시킨다. 패스트푸드를 가장한 완전식품 < Futuresex/Lovesounds >, 끈적한 파인 다이닝 < The 20/20 Experience >와 달리 입가심용 숭늉과도 같은 곡들을 위장이 꽉 찰 때까지 들이부으니 미식의 만족감 없이 복부의 팽만감만 차오른다. 차라리 트랙 수를 대폭 줄이며 무게감을 덜어냈다면 이보다 매력적이었을 공산이 크다.
섹시함은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무엇이든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사라진 < Everything I Thought It Was >에는 저스틴 특유의 섹시함이 없고, 그렇기에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감흥이 덜하다. 조금, 아니 몇 배는 더 거만할 필요가 있다.
-수록곡-
1. Memphis
2. Fuckin' up the disco
3. No angels [추천]
4. Play [추천]
5. Technicolor
6. Drown
7. Liar (Feat. Fireboy DML)
8. Infinity sex
9. Love & war
10. Sanctified (Feat. Tobe Nwigwe) [추천]
11. My favorite drug
12. Flame
13. Imagination
14. What lovers do
15. Selfish
16. Alone
17. Paradise (Feat. *NSYNC) [추천]
18. Cond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