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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Be?
윤도현밴드(YB)
2006

by 이대화

2006.08.01

이름까지 바꾼 새로운 시작

7집 < Why Be? >는 의미심장한 변화를 담고 나왔다. 쉽게 말해 간판을 교체했다. 밴드의 이름을 '윤도현 밴드'에서 'YB'로 개명했고, 앨범 타이틀 역시 그대로 읽으면 'YB'라고 발음되도록 지어졌다. 이름을 바꾼다는 행위는 새로움을 환기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먼저, 윤도현이 변했다. 그는 2005년에 '사랑했나봐'를 발표하며 돌연 발라드 가수로 전환, 마니아들의 힐난을 받았다. 스스로는 록 밴드의 틀 안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소울, 힙합, 재즈 등을 시도한 것이라 변호했지만, 무대에 홀로 나와 뻔한 사랑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은 왠지 타협의 모습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 Why Be? >의 첫 싱글 '오늘은'은 판이하게 다르다. 음악이 시작하자마자 시원한 록 기타 사운드가 청량하게 귀를 자극한다. 장쾌하고, 단호하게 예전의 '사랑했나봐'를 부르던 모습을 싹 날려버린다. 그가 다시금 '밴드 음악'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셔플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소 한국적인 흥이 느껴져서 실험적으로 들리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 Why Be? >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게 될 싱글 뿐만 아니라, 미국 진출 시에 부르게 될 영어 버전의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음반이 2CD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It burns' 'Flesh & bones', 'Hollywood' 같은 영어 버전의 노래들이 두 번째 CD에 실려 있다. 미국 진출 후에 부르게 될 곡들의 녹음을 병행했다는 점에서 < Why Be? >의 제작은 '새로운 도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YB라는 새 이름은 '윤밴'의 줄임말인 동시에 '젊다'는 의미에서 'Young Blood'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음반의 기조가 되는 장르는 여전히 하드 록(Hard Rock)이다. 하지만 정통 그대로의 진한 스타일은 아니며, 1990년대 이후의 기운을 상당수 간직하고 있다. 꼭 '청바지를 입은 아저씨'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분명 고전적인 문법에 익숙한 옛날 팀이란 인상을 주면서도, 동시에 좀 더 젊고, 좀 더 쿨한 스타일이 녹아있다. 또한 6집 < YB Stream 6 >와 비교하면 메탈(Metal) 성향이 다소간 감소했고, 사운드는 2000년대 이후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복고'를 도입했다. 1930년대의 빈티지 장비를 가지고 녹음한 곡들도 있다고 한다.

'좋아 가는 거야'는 몽롱한 울림과 짜릿한 질주감을 잘 섞어 놓은 곡이다. 노홍철의 수다쟁이 이미지는 곡에 '재미'를 불어넣었고, 이는 록이 사실은 재밌게 노는 음악이기도 하다는 바를 잘 알려주고 있다. '1178'는 남북관계를 노래한 곡으로, 영화 '한반도'에 삽입되었다. 노랫말의 주제가 '민족' 혹은 '정치'의 색깔을 띈 만큼 곡 안에서 의도적으로 포크의 느낌을 살리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도입부가 끝나자마자 작렬하는 사운드가 터져 나와서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처음부터 강렬하게 나갔어도 나쁘지 않았을 듯하다.

'덤벼'는 “누구라도 나에게 덤벼, 내 생각까지 소유할 순 없어, 내 안에서 난 이미 이겼어”라는 가사가 아주 선언적으로 들린다. 월드컵 당시에 많은 비난에 시달렸던 윤도현이 네티즌을 향해 부르는 답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항상 겸손하고 매너 있게 반응하던 윤도현이 이렇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의외다. 하지만, 가수라면 차라리 이런 식으로 진심을 담는 것이 더 멋지다. 말보다는 음악 속에서 뿜어내는 것이 낫다.

'Save me'는 보컬의 매력이 특히 도드라지는 곡이다. 질러대는 것과 서정적인 호소력의 간극이 아주 멋지게 혼융되어 들린다. 윤도현의 목소리는 'It's gone' 같은 낮게 깔린 순수한 노래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게 들리는 단점이 있지만, 이런 노래에서만큼은 대단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독특한 시도도 있다. 한 때는 하드코어(Hardcore)도 시도했던 그들이 이번엔 잭 존슨(Jack Johnson)의 어쿠스틱 음악을 받아들였다. '선인장'이 바로 그런 곡이다. 장르에 관계없이 좋은 음악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 보인다.

다만, YB의 음악은 여전히 특징이 없어 보인다. “당신들의 음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냥 록입니다”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기교를 결코 어렵지 않게 '귀에 잘 들리도록' 만드는 노련함은 훌륭하지만, 특별히 도드라지는 정체성, 기획, 컨셉이 없다.

미국을 타켓으로 제작한 싱글들도 약간은 위험해 보인다. 'It burns', 'Hollywood' 같은 노래들은 모두 펄 잼(Pearl Jam) 등의 얼터너티브 밴드를 롤 모델로 하고 있는데, 미국은 현재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패닉 앳 더 디스코(Panic At The Disco) 같은 감각적인 이모(Emo) 밴드가 최신의 록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YB가 지금 들고나가는 음악은 이미 현지에서는 10년 전에 유행이 지나버린 상태다. 지독히도 '감각'과 '새로움'을 강조하는 그 땅에서 과연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우려도 되지만 그래도 일단은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남들은 해체를 염두에 둘 시기에 새롭게 이름을 교체하고 해외 진출을 꿈꾸는 용기가 참 대단하고, 어색한 발라드 가수에서 록 밴드의 리더로 제자리를 찾아온 윤도현의 회귀도 참 보기에 좋다.

-수록곡-
CD 1
1. 오늘은 ( 작사 : 윤도현 / 작곡 : 윤도현 )
2. 나는 나비 ( 박태희 / 박태희 )
3. 천국으로 가는 버스 ( 윤도현 / YB, 김신일 )
4. 빨간 숲 속 ( 윤도현, 박태희, 김신일 / 윤도현 )
5. 덤벼! ( 윤도현 / 윤도현, 김신일 )
6. It's gone ( 윤도현 / 윤도현 )
7. 좋아 가는 거야 ( 윤도현 / 윤도현 )
8. Save me ( 윤도현, 김신일 / 박태희, 윤도현, 김신일 )
9. 선인장 ( 윤도현 / 윤도현 )
10. 1178 ( 윤도현 / 윤도현 )
11. 내 마음속의 땅 - 대추리 사람들을 생각하며 ( 윤도현 / 윤도현 )

CD 2
1. 머리아파 ( 김영수 / 윤도현 )
2. 박하사탕 ( 윤도현 / 윤도현 )
3. 뱃노래
4. 아리랑
5. 하루살이 ( 윤도현 / 윤도현 )
6. It burns ( 윤도현, 박태희, 김신일, Tomi Kita / 윤도현 )
7. Dreamer ( 윤도현, Tomi Kita / 윤도현 )
8. Feel free ( Tomk Kita / Tomi Kita )
9. Flesh & Bones ( 윤도현, 박태희, Tomi Kita / 윤도현 )
10. Heaven's bus ( 윤도현, Tomi Kita / YB, 김신일 )
11. Hollywood ( Tomi Kita / 윤도현 )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