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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yssey
윤도현밴드(YB)
2025

by 신동규

2025.02.27

자기장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폭발해버린 흑점과 같다. 형체 없는 병마와 겨루던 인고의 시간과 팬데믹이 이지러뜨린 일상의 붕괴에 대응하는 YB의 시선은 응집이 아닌 분출로 향했다. 윤도현밴드를 떠올리며 으레 예상할 수 있었던 소리는 자취를 감췄고, 맹렬한 기세로 진공하는 헤비니스 사운드의 중압만이 전장을 거닌다. 어느덧 삼십 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밴드가 모두가 아는 히트곡 다발을 내려두고 전례 없는 헤비메탈을 택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Odyssey >는 암(暗)에서 명(明)으로 변화하는 이야기다. 그러니 시작은 어둡지 않겠는가. 타인의 관망과 등한에 철저히 무너져가는 자아를 그린 첫 트랙 ‘Voyeurist’는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대변한다. 주다스 프리스트와 메탈리카의 속도감을 융해한 거푸집 위로 윤도현만의 정서를 붓자 적절한 완급 대비가 비친다. 그 덕에 뒤따른 ‘Orchid’가 7분에 달하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대곡임에도 어색함은 없다. 오히려 8분의 7박자의 낯선 리듬과 상응하는 내면의 몰락, 서서히 변화를 암시하는 스피드 메탈의 플롯을 강화하고 나선다.


우리말로 채운 유일한 곡이자 대중과 가장 심상적으로 가까울 ‘Stormborn’, 섀도우스 폴 식 2000년대 메탈 코어에 기대 < Odyssey >를 자칭하는 ‘하이브리드 메탈’의 정체성을 구체화한 ‘End and end’, 모터헤드를 그려낸 브리티시 헤비메탈 전개에 칠드런 오브 보덤이 떠오르는 멜로딕 데스 메탈의 드럼 요소를 더한 'Rebellion'까지 번뇌로부터의 해방 서사는 여전히 빈틈없이 유효하다. 아울러 모든 여정을 아우르는 마지막 트랙 ‘Daydream’은 허준이 쓴 노랫말을 앞세워 상술한 다수의 장르를 아우르는 YB표 모던 메탈의 종결점이요, 꽉 찬 사운드스케이프를 담은 콜라주 기법의 꼭짓점이다.


대중에게 갓 발매한 신곡 하나 듣게 하기도 어려운 오늘날 헤비메탈, 그것도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그 하위 장르인 젠트(Djent)나 메탈 코어에 천착한 사실은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려는 의도와 다를 바 없다. 윤도현밴드도 본인들의 기획이 시장에 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터. 그럼에도 시도했고, 회수와는 별개로 완수에 성공했다는 점은 무모함을 논하기에 앞서 창작가 혹은 예술가의 면모를 진정으로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윤도현은 “왜 헤비메탈인가”와 “왜 지금인가”라는 두 질문에 “하고 싶었으니까”로 답한다. 도전을 걸머진 본질로의 회귀, 밴드의 서른 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방식이 이런 식이라면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록곡-

1. Voyeurist [추천]

2. Orchid [추천]

3. Stormborn

4. End and end

5. Rebellion (Feat. Xdinary Heroes) [추천]

6. Daydream [추천]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