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수를 침잠하게 만든 역경은 길었고 수면 위로 올라 숨을 움트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무의미한 과정들도 많았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많아지고 커지는 기대에 상응하는 만족감을 선사하기란 힘들다. 이를 알기라도 한 것일까 박효신은 터뜨리기보다 차분히 눌러 담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주효했다.
누구라도 떠올리는 박효신 특유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짜낸 가사가 차분히 타고 흐르는 매개는 울음을 머금은 듯한 과잉된 감정이 아니라 담담한 서술이다. 단순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노래 그 자체다. 서서히 층을 쌓아나가는 멜로디 역시 유려하다. 못내 눌러 담아둔 감정을 후반부에 급하게 방출하지 않고 천천히 내뿜거나 아예 절제했다면 더 균형감이 살아있었으리란 아쉬움은 남는다.
최근 대형 가수들이 잇따라 컴백하고 있다. 자의가 아닌 부침 또한 컸기에 한 발자국 내딛는 것조차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 싱글이 나중의 정규 앨범을 위한 선결과제라면 격조 있는 포석이라 할 수 있겠다. 단 하나의 곡으로 팬들이 계속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었다. 다른 거대한 대가들의 귀환 속에서도 절대 지나칠 수 없는 큰 줄기를 가진 야생화가 뿌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