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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줄 수 없는 일
박효신
2000

by 임선희

2019.05.01

신선한 등장이었다. 두꺼운 목소리와 탁월한 가창력을 갖춘 19살 소년은 가슴 아픈 이별을 부르며 감성 알앤비 시대를 활짝 열었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장르 소울에 도전한 그는 1990년대 발라드를 장악한 신승훈, 조성모, 변진섭과는 결이 달랐다. 에이치오티(H.O.T)와 에스이에스(S.E.S)의 댄스 음악에도 흔들리지 않은 박효신의 행보는 데뷔 앨범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 해줄 수 없는 일 >의 구성이 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곡 간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귓가에 맴돌 멜로디가 부재하기에 보컬만이 강조되며 앨범은 단조로워진다. 그럼에도 당시 1집은 4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음반 판매량 15위를 기록했다. 당대 인기 프로그램 < 이소라의 프로포즈 > 출연은 여성 팬을 모으는 계기가 되었고 2000년에는 골든디스크 신인상을 받아 대중의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음을 증명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보컬 덕이다. 낮은 목소리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듯한 시원한 고음, 가성과 진성을 자연스레 넘나드는 표현력은 고등학생의 것이 아니었다. 노래를 잘 불러야 소화할 수 있는 소울에 도전장을 내민 것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윤사라 ∙ 신재홍 콤비가 쓴 타이틀 곡 ‘해줄 수 없는 일’은 정통 발라드 형식 위 높은 음이 치솟고, ‘바보’에서는 지독하게 쓰라린 감정도 무게중심을 둘 수 있단 걸 보였다. 두 곡 모두 어쩌면 평범한 이별의 슬픔이지만, 어린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역량이 귀를 사로잡았다.

따뜻한 색감을 상상하게 만드는 가사의 ‘피아니스트’는 초반에 굵고 파워풀한 고음을, 중간 즈음 얇은 목소리를 배치해 반전을 보여준다. ‘Love is blind’는 잔잔한 멜로디 속 알앤비 발라드의 매력인 애드리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양껏 보여주는데 박차를 가한다. 보컬 뿐 아니라 펑키(funky)한 스타일의 ‘스토킹’과 ‘링이’를 공동작곡하고 ‘Inside love’의 작사에 참여하여 싱어송라이터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돌이켜보면 무수한 비전을 제시한 앨범이다.

2019년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에게 1집은 끝없는 성장통의 시작이었다. ‘소몰이 창법’이라는 편견, 먹어들어가는 소리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연습하며 증명해나갔다. 소속사와의 갈등과 긴 공백기 속 자아의 성숙도 잃지 않았다. 이후 박효신은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 놓치지 않으며 ‘꿈을 노래하는’ 가수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수록곡-
1. 해줄 수 없는 일 [추천]
2. 바보 [추천]
3. 애써 (Feat. 화요비)
4. Love is blind [추천]
5. 스토킹
6. 피아니스트 [추천]
7. 하늘은 왜 내게
8. 링이
9. 피터팬
10. Inside love
11. Outro
임선희(lumanias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