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들어서만 벌써 세 개의 리메이크 음반이 나왔다. 이승철, 마야, 그리고 박효신. 모두가 가창력에 있어서만큼은 최소한의 인정을 획득한 한국의 대표 뮤지션들이다. 그들이 하나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과거의 음악에 집착하고 있으니 과연 한국 음악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까 하는 의문까지 든다. 더구나 나름대로 그 음악성에 있어서 희망을 가져볼 만한 가수들까지 이러고 있으니 한국 가요의 창작력은 순진한 감상에 빠져 정체해버렸다.
도무지 왜 이런 기획들을 고수하는지 기어이 '의심'까지 가는 지경에서 박효신은 당당하게도 '강수지'의 음악을 들고 나왔다. 강수지. 그 이름 한번 언제 다시 들어볼까 고민했던 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한국 알앤비의 간판 스타 박효신은 강수지의 음악을 리메이크 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김경호가 핑클의 'Now'를 리메이크 했을 때처럼, '너무나 훅이 좋아서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 짜릿함이라면 언제든지 다시고 느껴보고 싶다. 그런데 이게 뭔가. 박효신은 무슨 이유로 강수지를 리메이크 하는가 ? 강수지에 가하는 린치 인가 ? 아니면 그 원곡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놀라움을 지녔는가 ? 그렇다면 이 노래가 자기 색깔대로 재해석한 박효신의 리메이크인가 ? 이런 현악 최루탄으로 도배된 감상적 발라드를 가지고 자기 색깔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는 스스로가 얼마나 상업적이고 특징 없는 음악을 해왔는지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무지 설득력 없는 이 선곡 앞에서 박효신은 이렇게 변명할지 모른다. 이 음반은 나의 취향이고,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이라고. 그냥 한 번 제대로 불러보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렇다. 하지만 이번 기획이 아무런 지향과 설득력을 품지 못하고, 그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 본 '사변적 치기'라면, 차라리 쿨하게 리메이크 붐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것은 리뷰어의 주제 넘는 충고이겠지만 말이다.
김현식, 조관우, 김민기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다고 해서 이 앨범의 퀄리티가 높아지진 않는다. 이젠 너도 나도 하는 바람에 그 보석과도 같은 가치가 급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예로 이 앨범의 마지막에 삽입된 김민기의 '가을 편지'는 곧 있으면 나올 보아의 새 앨범에도 삽입된다. 이것이 현실이고, 현재 리메이크 붐의 시의 부적절함을 말해주는 지표이다. 모든 과거의 보석들은 현재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패션으로 강등된다. 이런 과정들을 과연 지지 하는가 ? 리메이크 붐은 이제 음악성의 유무를 떠나 양심의 문제로 확대 되어야 한다.
-수록곡-
1. 사랑 사랑 사랑 ( 작사 : 김현식 / 작곡 : 김현식 )
2. 숙녀 예찬 ( 유정연 / 유정연 )
3. 흩어진 나날들 ( 강수지 / 윤상 )
4. 너에게 ( 박창학 / 윤상 )
5. 어느새 ( 김현철 / 김현철 )
6. 옛 친구게 ( 조병석 / 조병석 )
7. 다시 내게로 돌아와 ( 하광훈 / 하광훈 )
8. 넌 언제나 ( 장경아 / 박정원 )
9. 기억 속의 먼 그대에게 ( 김창환 / 신재홍 )
10. 가을편지 ( 고은 / 김민기 )
11. 눈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