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거듭해 온 메타버스 전사들이 또 다른 무기를 꺼내 들었다. 복귀를 예고하며 공개한 '도깨비불'이 전자음과 시크한 래핑을 앞세운 '에스파 클래식'이었다면,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발매 전 미리 선보인 첫 영어 싱글 ‘Life’s too short'는 유려한 팝 선율로 완급을 조절한다. 단출한 기타 리프 위 성가대 같은 코러스와 맑은 고음을 덧입히고 다국적 그룹답게 능숙한 외국어를 속삭이며 러닝타임을 감미롭게 에워싼다.
섬세하게 변용한 음조와 달리 직설적인 화법은 그대로다. 치밀한 세계관에서 잠시 벗어난 본체들은 핸드폰 화면 뒤에 숨은 악플러들의 조롱에 개의치 않고 짧은 인생을 즐기겠다는 포부를 명확히 밝힌다. 하이틴 드라마 속 맹랑한 주인공처럼 제발 남에게 신경 끄고 본인의 삶을 살아달라는 일침은 덤. 에스파만의 달콤한 경고, 그 안에 감춰둔 비수는 예리하게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