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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Urbanite
윤도현밴드(YB)
2001

by 지운

2001.08.01

밴드의 계보에 있어서 그룹 넥스트 이후로 주류의 정상에 올라선 팀은 윤도현밴드다. 비록 서태지나 신해철이 지니고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나 여타의 장르를 압도하는 광범위한 인지도는 확보하고 있지 못해도, 분명 이들은 나약하게나마 현 한국의 이름 있는 밴드들을 제치고 챔피온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영향을 받았건, 밴드를 하려는 윤도현의 의지와 그간 음악계에서 거둔 록의 일천한 승리를 자신들의 품고 가려는 <소외>, <한국 록 다시 부르기>와 같은 앨범이 이루어낸 성과 때문이며 그에 걸맞는 밴드의 정체성을 심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외>와 같이 의도된 느낌을 주는 음악보다 솔로 1집을 팬들이 더 좋게 기억하는 것은, 음악이 뮤지션 자신의 자아를 완벽하게 재편했을 때 나오는 감동에 대한 청자가 느끼는 공감대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은 편하게 만들어지고 즐겁게 연주한 곡들을 더 좋아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의 밴드들은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사명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누구를 위한 음악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기획사의 짜 맞추어진 아이템으로 승부 하는 것이 아니라 팀컬러가 주는 생명력으로 몇 십 년을 장수할 팀이라면 말이다. 2집 이후로 밴드의 개념을 가지면서 윤도현밴드는 투사 같은 이미지로 록밴드의 이상을 그려가고 있지만 작곡가 개인의 사상을 담아 내는 것도 결국은 궤를 같이하는 것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음악은 윤도현밴드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봐도 좋다. 간간이 디지털의 조정이 풍기는 가운데 허준의 기타는 전적으로 팀 플레이의 안정적인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그 간에 붙은 공연의 이력이나 DJ로서의 경험 때문인지, 윤도현의 목소리는 호소력과 유연한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영화 <박하사탕>의 향수를 그대로 전하는 '박하사탕'이나 1집의 감성을 약간 느끼게 해 주는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가 인기를 끌 확률이 높지만, '내게와 줘', '거울', '그대로' 등도 대중들과 친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곡들이다. 편곡을 약간 달리 한 김민기의 뮤지컬 <개똥이>이의 삽입 곡 '도대체 사람들은'과 다시 부른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반미적인 시각을 드러낸 '하노이의 별'과 같은 사회성에 고리를 연결한 곡들 역시 기존의 거친 표현력에서 한발 물러나 객관적인 거리가 느껴진다.
지운(jiun@izm.com)